포스코 장인화號 '1호 신사업'은 로봇·자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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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社 뉴로메카에 100억 투자포스코홀딩스가 국내 협동 로봇 1위 회사인 뉴로메카 지분 약 4%를 인수한다. 뉴로메카와 철강과 배터리 소재 공장에 적합한 협동 로봇과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공동 개발해 공장 자동화율을 크게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지난 3월 취임 이후 주력 분야라도 돈이 안 된다면 과감히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온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의 첫 신사업 투자다. 2년 반 정도 임기가 남은 ‘장인화호(號)’의 신사업이 공장 자동화와 로봇, AI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최대 협동로봇 지분 인수
고온·분진 견디는 특수로봇 개발
'인텔리전트 팩토리' 구현 목표
비용 절감으로 中저가공세 대응도
취임 이후 자산정리 주력했다가
본격적 '장인화표 신사업' 추진
○장인화표 신사업은 ‘공장 자동화’
뉴로메카는 29일 포스코홀딩스가 출자한 ‘포스코홀딩스CVC 2호 신기술투자조합’을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발행 주식 수는 뉴로메카 보통주 41만7868주다. 주식 전환 시 포스코홀딩스는 뉴로메카 지분 3.81%를 인수하게 된다. 뉴로메카는 포스코로부터 투자를 위한 재원을 공급받고, 포스코는 기술 제휴와 함께 신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뉴로메카는 협동로봇 시장 국내 1위 기업이다. 협동로봇이란 사람들과 같은 작업 공간에서 일하도록 설계된 로봇이다. 운반이나 용접처럼 한 가지 일만 하는 협동로봇부터 부품 조립 등 여러 기능을 맡는 산업용 로봇을 제작한다. HD현대삼호중공업과 손잡고 선박 용접 로봇을 개발했고, 교촌치킨엔 튀김과 조리 로봇을 납품하고 있다.
업계에선 포스코홀딩스와 뉴로메카가 철강 공장 자동화를 위해 공동 연구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철강 분야는 공장 자동화율이 반도체나 자동차 공장 등에 비해 낮은 편이다. 포스코는 고로에서 나온 용선과 고철을 옮기는 전로 조업 등 일부 공정에 공장 자동화를 도입했지만,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장 자동화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고온의 쇳물을 다루는 작업과 분진이 많이 나는 작업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는 특수 로봇을 개발한다는 게 포스코 측 설명이다.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저가 공세에 고전하고 있는 포스코가 공장 자동화를 통해 인건비 감축 등 비용 절감에 들어간 것”이라며 “AI 접목을 통한 스마트 팩토리 구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자산 정리 작업은 마무리 수순
최근 주요 대기업은 로봇과 AI를 접목한 기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제조업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업력을 바탕으로 향후 성장성이 큰 기업 간 거래(B2B) 인공지능 분야에 뛰어들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사람의 모습을 닮은 휴머노이드 등을 개발하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2대주주이고,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하는 로보티즈는 LG전자가 2대 주주다.업계에선 최정우 전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2차전지를 임기 내 신사업으로 키운 것처럼 장 회장이 로봇과 공장 자동화 분야를 신사업으로 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장 회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스마트공장을 넘어 AI와 로봇 기술이 융합된 ‘인텔리전트 팩토리’를 구현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해 뉴로메카와 손잡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그동안 자산 정리에 주력하던 장 회장이 단행한 첫 지분 투자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포스코그룹은 장 회장 취임 후 수익성이 낮고 불필요한 자산 정리에 주력해 왔다. 1997년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해 현지에 세운 스테인리스강 공장을 매물로 내놨고, 포스코퓨처엠은 배터리용 음극재 코팅 소재를 생산하는 피앤오케미칼 지분을 OCI에 전량 매각했다. 포스코그룹은 그룹 내 자산 120개를 2026년까지 정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취임 이후 준비해 온 신사업의 밑그림이 처음으로 나왔다”며 “자산 매각 작업이 어느 정도 속도를 내면 AI를 중심으로 한 ‘장인화표’ 신사업도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