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빵집은 처음 본다" 입 터진 미국인들…K베이커리 '돌풍'

"내년 가맹 계약 이미 끝"…북미서 질주하는 K베이커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에 CJ푸드빌의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 매장이 문을 열었다. 뚜레쥬르의 138번째 미국 매장이다. 뚜레쥬르는 2030년까지 미국 전역에 매장을 1000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내놨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내년도 가맹점 계약 목표치를 이미 채웠을 정도로 미국 가맹 사업이 순항 중”이라고 했다.

뚜레쥬르와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가 올해 해외 진출 20주년을 맞았다. 해외 진출 초기 한인 타운이나 주요 대도시에서 직영점 위주로 운영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면, 최근엔 가맹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미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구석구석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신규 출점 규제와 소비 침체 등으로 내수 시장의 한계를 체감한 두 베이커리 업체는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두 업체가 최대 공략 지역으로 삼는 곳은 북미와 동남아다. 3일 SPC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지난달 말 기준 미국 25개 주에서 188개 매장을 갖고 있다. 2004년 미국에 진출한 뚜레쥬르도 매장이 2019년 59개로 늘었고, 지금은 27개 주 138개가 됐다. 두 회사 모두 최근 3년 새 미국 매장이 90% 넘게 증가했다.

파리바게뜨는 올해 상반기에만 83개 신규 출점 계약이 체결됐다. 가맹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체 점포 중 가맹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91%에 이른다. 미국 파리바게뜨 매장 중 80%가량이 현지인 점주와 계약한 가맹점이다. 가맹 사업이 궤도에 오른 것이다. SPC 관계자는 “가맹 사업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브랜드가 확고히 자리 잡아 가맹 사업자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SPC 미국 법인 매출은 올해 4000억원을 돌파해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처음으로 연간 기준 영업손익 흑자를 달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CJ푸드빌 미국 법인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0% 가까이 늘었다.

대런 팁튼 SPC 미국 법인장은 세계 1~2위 빵 소비 시장인 미국에서 잘 나가는 비결에 대해 “다민족, 다인종 문화에 맞춘 수백 가지 종류의 빵과 매장 한가운데 빵을 두는 한국 베이커리식 중앙 진열 방식이 호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빵 백화점’ 전략이다. 미국엔 도넛이나 베이글 등 세부 품목만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가 많지만 여러 종류를 한꺼번에 취급하는 프랜차이즈가 거의 없다. 반면 한국 업체는 도넛, 베이글, 바게뜨, 케이크 등 다양한 종류의 빵을 모두 판매한다.

뚜레쥬르의 경우 글로벌 외식업체 출신 전문가를 영입한 것도 가맹 사업 확대에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뚜레쥬르는 올해 미국 스타벅스 본사 마케팅 디렉터 등을 지낸 레지나 슈나이더와 미국 최대 중국 음식 체인점인 판다익스프레스 출신 김태연 씨를 각각 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최고개발책임자(CDO)로 임명했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김 CDO는 수년간 쌓아 온 프랜차이즈 업계 투자자, 부동산 디벨로퍼와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미국 가맹 사업 확장을 지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뚜레쥬르는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에 연간 1억 개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춘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최근 동남아시아에 잇달아 점포를 열며 인구 19억 명인 할랄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SPC그룹은 400억원을 들여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빵과 케이크, 소스류 등 60여 품목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짓고 있다. 이달 말 준공 예정이다. SPC 관계자는 “향후 조인트벤처, 마스터 프랜차이즈(중간 가맹점) 등 다양한 형태로 진출해 글로벌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