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성 KOTRA 신임사장 "트럼프 리스크? 판이 흔들릴때 우리는 늘 기회 잡았다"[인터뷰]

강경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신임 사장이 서울 염곡동 KOTRA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최혁 기자
“판이 흔들릴때 우리는 늘 기회를 잡았고 이번에도 그럴 것” 강경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KOTRA) 신임 사장은 지난 29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 수출과 관련한 ‘트럼프 리스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 산업구조는 섬유부터 방위산업까지 모든 산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전세계에서 몇 안되는 국가”라며 “국가 전체적으로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어떤 정책을 내놓더라도 거기에 맞춰 충분히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중국 디커플링, 친환경 제동 기회 될 수 있어”


강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1, 2차관을 거쳐 지난달 11일 KOTRA 신임사장으로 임명됐다. 공고를 졸업한 뒤 기고시를 통과해 차관자리까지 오른 ‘고졸 신화’를 이룬 인물로도 알려져있다. 산업·수출·통상 분야 전문가인 강 사장이 진단한 한국의 산업 과제는 ‘첨단산업에서의 초격차’와 ‘기존 주력산업에서의 경쟁력 유지’다.

강 사장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잘 이용하면 두 과제 모두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강 사장은 “현재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정책 목표는 ‘대중국 디커플링’과 ‘과세를 통한 보호무역주의’”라면서 “최종 목적은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사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미국에 진출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을 고려하면 오히려 중국과 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라며 “자동차 부품, 전력 기자재, 조선, 에너지 인프라, 바이오 등 분야의 중국 영향력 감소로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또 하나의 주요 정책은 친환경 전환의 제동인데 이는 한국의 주요 산업인 조선, 에너지인프라 등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그들의 까다로운 수요를 만족시킬만한 고품질 기술력을 갖춘만큼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강 사장은 ‘대형 수요처로서의 중국’도 여전히 유망하다고 봤다. 강 사장은 “한국 중간재에 대한 중국의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인건 맞다”면서도 “다만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 이외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 사장은 “중국은 훨씬 큰나라이고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개척되지 않은 지역이 많다”고 덧붙였다. 강 사장은 “한 예로 중국 주요도시에서 철수를 고심하던 한 국내 석화기업은 생각지도 못했던 중국 북부 화장실 개조사업에 진출하면서 PVC 파이프 산업에서 엄청난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신임 사장이 서울 염곡동 KOTRA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최혁 기자
강 사장은 수출 세계 5강 국가로 한단계 올라서기 위해서는 신규 시장 공략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의 수출규모 순위는 세계 6위다. 그는 특히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브라질 등 ‘글로벌 사우스4’ 국가들을 주목해야한다고 했다. 강 사장은 “공통적으로 인구가 많고 GDP가 높은 나라들”이라면서 “생산 거점과 동시에 풍부한 광물 공급망으로서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OTRA 역할 재정립할 것


강 사장은 급변하는 무역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공공기관인 KOTRA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강 사장은 “KOTRA의 역할은 크게 세가지라고 본다”면서 “기업 수출 증진을 돕는 길잡이, 세계 시장 정보를 민첩하게 전달하는 파수꾼, 공급망 안정화 등을 통해 국내 산업생태계를 강화하는 디딤돌 역할이 그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의 자체 수출역량이 올라간 반면 지정학적 복잡성이 커지면서 첫번째 역할뿐 아니라 두, 세번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라며 “각 지역에서 누구보다 시장 정보를 빠르게 캐치해 우리 기업들이 시장개척을 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경제안보의 중심축이 돼야한다”고 했다.강 사장은 “이를 위해 KOTRA 직원들의 근무 형태도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84개 국가 129개 무역관 직원들이 양복에 넥타이를 메고 사무실에 앉아있는게 아니라 현장으로 가야 한다”며 “나부터 셔츠를 걷고 현장에서 뛰어다니겠다”고 강조했다.

강 사장은 “기업들을 해외 진출을 돕는 공공영역의 전문성도 지금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며 “제너럴리스트가 아닌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 사장은 이를 위해 인사시스템과 조직시스템의 개편을 고민하고 있다. ‘원팀으로서의 KOTRA’를 위해 조직내 소통도 강화할 계획이다.

강 사장은 지난 11일 취임 첫날 KOTRA내 청소, 안내, 경비를 하는 직원들과 면담 및 1~2년차 신임 직원들과의 식사 자리를 첫 스케줄로 소화했다. 강 사장은 “KOTRA 역할에 대해 직원들과의 공감대부터 이뤄내 하나하나씩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신임 사장이 서울 염곡동 KOTRA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최혁 기자
성상훈/김우섭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