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코앞인데 정상외교 차질 불가피…현상유지 급급할 듯

불확실성 커진 외교·안보

尹·트럼프 정상회담 여부 안갯속
미·북협상서 '韓 패싱' 가능성도
한·중 FTA 2단계 협상도 불투명

탄핵안 통과 땐 한덕수가 대행
주요국과 협상력 떨어질 우려
외교부, 물밑서 대책 마련 고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정상외교는 ‘올스톱’될 가능성이 커진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의 외교 업무는 현상 유지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식물외교’ 상태가 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당장 다음달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등 외교안보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외교 공백 불가피

6일 외교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될 경우 한국의 상당수 외교 일정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외교부는 “예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물밑에선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 정상외교는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임기가 한정돼 있고 새로운 정책을 내기가 부담스러운 권한대행 체제에서 각국이 중대한 외교 사안을 한국과 논의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일부 국가는 권한대행이 실제 정상의 ‘격’에 맞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다.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을 때도 같은달 말 예정돼 있던 한·일·중 정상회의가 중국 측의 미온적인 반응 속에 무산됐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상외교는 실질적으로는 아무것도 못 한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외국 정상이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지는 권한대행과 중요한 협의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트럼프 2기 첫 만남부터 꼬여

당장 내년 1월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첫 만남은 시작부터 꼬이게 됐다. 정부는 지난달 조현동 주미대사를 트럼프 당선인 인수팀의 거점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로 급파하는 등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전 윤 대통령과의 조기 회동을 추진했지만 이뤄지지 못할 공산이 커졌다. 정부는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2개월, 2009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는 3개월,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엔 4개월 만에 한·미 정상회담을 했다. 2016년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 때에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출범을 앞둔 상황이어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5개월이 지나서야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문제는 지정학적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외교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중대 현안에 대한 대응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동맹 무임승차론’을 내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당장 한·미 핵협의그룹(NCG) 같은 확장 억제책이 제대로 유지될지 불투명하다. 트럼프 인수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등 미·북 협상에서 한국이 ‘패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의 최대 외교 성과로 평가된 한·일 관계 개선도 암초를 만난 상황이다.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지만 사도광산 추도식 사태 등 과거사 문제가 얽혀 있다. 다음달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첫 방한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최근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한·중 관계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직접 합의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은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우리 정부는 우선 ‘현상 유지’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부는 2016년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마자 당일 저녁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강과 유럽연합(EU) 주한 대사들을 청사로 불러 “외교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최근 국내 상황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