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남아·인도와 밀착…"전기차·태양광株에 호재" [양병훈의 해외주식 꿀팁]

'난폭한 늑대 외교' 버린 시진핑
남미·러시아 등과도 협력 강화

"당장 증시에 큰 변화는 없어도
중국 기업 시장 확대에 긍정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4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페루에 도착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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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은 외세의 괴롭힘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망상을 하는 사람은 14억 중국 인민이 피와 살로 만든 철옹성 앞에서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1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했던 말입니다. 국가 원수가 공식적인 연설에서 한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표현이 거칩니다. 사람들은 이 말이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지만, 중국이 지금까지 미국을 상대로만 그랬던 건 아니었습니다. '전랑외교'(战狼外交=난폭한 늑대 외교)라고 부르는 중국의 이런 외교 방식은 최근 수년간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인도, 캐나다, 영국 등을 상대로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가운데)이 지난 9월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FOCAC) 개막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그랬던 중국 외교가 최근 변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 대한 중국의 거친 언사가 올들어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줄었습니다. 미국 러트거스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샤오유 위안은 영국 옥스퍼드대 학술지 '국제 관계(Internatilnal Affairs)' 9월호에 게재한 논문 '잘 가, 난폭한 늑대 : 중국이 보다 수용적인 외교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에서 "시 주석은 이런 외교의 단점을 인식해 지난해 12월 '외교 업무에 관한 중앙 회의'를 계기로 외교 방식을 바꿨다"며 "최근 중국은 글로벌 커뮤니티의 개발을 강조하고 있으며 협력적이고 포용적인 외교 행태를 보인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중국은 전투적 언행보다는 우호적 몸짓을 내세우며 다른 나라들과 교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달간 시 주석이 했던 정상회담은 열 손가락으로 꼽지 못할 정도로 많습니다. 시 주석은 지난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5년 만에 첫 공식 양자 회담을 열고 상호 협력 확대를 약속했습니다. 같은 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만나 "주변국과 다투지 않는 비동맹·비대립 노선을 걸어갈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토람 당시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양국을 오가는 고속철도 노선을 만들어 국경 충돌을 억제하고 교류를 활성화하자"고 합의했습니다.
카드가 프라사드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가 지난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Xinhua/연합뉴스
뿐만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네팔은 새 총리가 취임하면 인도를 제일 먼저 방문하는 게 관례였는데, 올해 취임한 카드가 프라사드 샤르마 올리 총리는 이달 2~6일 일정으로 중국을 먼저 찾았습니다. 시 주석은 올리 총리를 만나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에 따른 인프라 건설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중국은 페루에 13억달러를 투자해 남미·중국 간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는 거대 항구를 지난달 개항했고, 비슷한 시기에 시 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차 남미를 방문해 윤석열 한국 대통령을 비롯해 10여개국 정상과 회담을 했습니다. 아프리카 및 동유럽 국가와도 잇따라 정상 회담을 하는 등 관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중국의 시도가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닛케이아시아는 지난달 '트럼프 정부의 아시아 무역: 알아야 할 5가지' 기사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워싱턴과 베이징 중 누구 편을 들지를 놓고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동남아 국가는 미국과의 경제 교류를 늘리지 않고 중국에 더 가까이 다가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행보가 중국 주식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기간에 큰 호재가 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중국의 경제 개방 정도가 크지 않아 이들 국가와 상호 협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설령 잘 된다고 해도 이들은 경제 규모와 기술력 등의 수준이 높지 않아 중국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멕시코, 베트남 등은 자국 경제가 중국에 종속되는 걸 우려해 최근 투자 규제를 되려 강화하고 있다"고 했습니다.다만 "전기자동차, 태양광 발전 설비 등 중국이 앞서 있는 일부 산업 분야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인도, 베트남 등지에 더 깊이 진출할 수 있게 되면 이들 기업의 실적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인데요.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유럽 등에 대한 진출이 막힌 상황이라 중국 기업으로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동남아 등지의 일부 국가는 5% 정도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향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구매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6월 '중국 전기차 기업이 빠르게 커지는 동남아 시장에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기사에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를 인용해 "비야디(BYD)는 올 1분기 동남아 전기차 시장에서 47%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조사기관은 지난해 2분기에도 BYD의 동남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조사했는데, 당시 이 수치는 26%였습니다. 거의 곱절로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건데요. 테슬라의 동남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같은 기간 6%에서 4%로 되려 떨어진 걸 감안하면 이 지역에 대한 BYD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과거 동남아에서는 일본 완성차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BYD, 상하이자동차그룹 등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이라며 "태양광 분야에서는 산업 구조조정이 끝나면 중국 기업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 전에 미리 동남아 등과 거래를 확대해 놓으면 이때 실적을 더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