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헌재 "대선 투표 무효"

무명의 극우후보 1차 투표 승리
러 선거개입 확인…EU도 조사중
루마니아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4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 1차 투표 결과를 무효화했다고 로이터통신이 6일 보도했다.

러시아의 선거 개입이 일부 확인됐기 때문이다. 루마니아 대선 1차 투표에서 무명의 극우 성향 컬린 제오르제스쿠 무소속 후보가 승리하면서 루마니아는 혼란에 빠졌다. 제오르제스쿠 후보는 “당선되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친러시아, 반유럽연합(EU) 발언을 쏟아놓으면서 EU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졌다.제오르제스쿠 후보는 예전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칭찬하는 발언 등을 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10% 미만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제오르제스쿠 후보가 1차 투표에서 22.94%를 얻어 1위에 올랐고, 2위를 차지한 중도우파 야당 루마니아 구국연합(USR)의 엘레나 라스코니 대표(19.18%)와 함께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낙선한 루마니아 크리스티안 테헤스 국민보수당 후보는 1차 투표 검표 과정에서 일부 표가 잘못 집계되는 등 불법성이 있다고 주장했고, 루마니아 헌재는 재검표와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EU 차원의 조사도 진행 중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루마니아 헌재의 결정에 앞서 틱톡을 상대로 루마니아 관련 추가 정보를 긴급 요청했다. 이 파일에는 러시아가 대선에서 제오르제스쿠 후보 홍보를 위해 틱톡의 인플루언서들을 동원한 증거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는 루마니아 대선이 치러지기 전부터 틱톡이 루마니아 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사해왔다. 이번주 초 루마니아 당국이 공개한 기밀 해제 파일을 통해 친러시아 세력이 텔레그램을 이용해 제오르제스쿠 홍보를 위해 틱톡 사용자 수천 명을 모집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