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공부합시다] 포용적 제도는 국가를 번영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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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샛 경제학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국가의 번영이 어떤 제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연구한 다론 아제모을루와 사이먼 존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사진 왼쪽부터)가 공동 수상했습니다. 이들은 평소에 한국은 번영하고 북한이 빈곤한 이유도 서로 다른 제도를 채택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어떤 제도적 차이 때문일까요?
(165) 제도의 경제학
38선 사이로 갈린 번영과 빈곤
이는 아제모을루와 로빈슨 교수가 공동 집필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에서 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한국은 ‘포용적 제도’를, 북한은 ‘착취적 제도’를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여기서 포용적 제도는 사유재산권 보호, 공정한 경쟁 환경, 교육, 법치주의, 분권화된 정치권력, 민주주의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를 갖추면 경제주체는 소유권을 보장받을 뿐 아니라 자신이 일한 만큼 성과를 가져올 수 있어 열심히 일할 유인이 생기고, 그 사회는 기술 발전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혁신이 가능합니다.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된 것도 이 때문이지요.그렇다면 착취적 제도를 채택한 국가는 왜 가난해지는 것일까요? 포용적 제도와 반대로 생각하면 됩니다. 일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없고, 자신의 부를 국가가 언제든지 뺏을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해봅시다. 북한은 사유재산권이 없고 국가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빼앗는 제도를 채택한 대표적 사례이지요. 그 결과는 남북한의 1인당 소득 격차가 30배 이상 벌어지면서 한반도의 밤을 찍은 위성사진이 이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한국은 불빛으로 환하지만, 북한은 어둠으로 가득하지요. 밤에 불을 켤 수 없을 정도로 경제난이 심각하지만, 독재로 모든 것을 독점한 소수가 나머지 대부분을 수탈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성장은 지속될까?
그렇지만 한국은 포용적 제도를 유지하며 앞으로도 성장을 지속할지에 대한 질문에는 물음표가 붙습니다. 대형 마트 영업시간 규제, 비대면 진료·리걸테크·가상자산 등 기존 산업부터 신산업에 이르기까지 착취적 제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죠.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상품시장규제지수에서 한국은 38개 회원국 가운데 20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평가 항목 중 정부개입에 의한 왜곡(21위)·진입장벽(25위)·기업활동 개입(36위)·소매가격통제(36위) 등이 하위권을 기록해 국가의 개입이 과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 순위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정부 효율성(38위→39위), 조세정책(26위→34위) 부문이 하락했습니다. 기업이 끌어올린 순위를 정부가 발목을 잡고 있지요. 국제투명성기구(TI)의 청렴도 순위도 지난해보다 한 단계 떨어지면서 고위직의 부패를 경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은 내년까지 6년 연속 실질국내총생산(GDP)이 잠재 GDP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면서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요. 하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난날 한국이 번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돌아보고 사회 전반에 포용적 제도를 구축하기 위한 개혁이 필요합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