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지는 '페이팔 마피아'의 입김…AI 암호화폐 차르에 색스 임명

페이팔 공동창업자 중 한명인 데이비드 색스가 2016년 테크크런치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정부의 인공지능(AI) 및 암호화폐 관련 분야를 총괄하게 되는 'AI·암호화폐 차르(A.I. & Crypto Czar)' 자리에 '페이팔 마피아'로 분류되는 데이비드 O 색스 크래프트벤처스 창업자를 지명했다.

그는 5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색스는 25년 동안 실리콘밸리에서 매우 성공적인 기업가이자 투자자로 활동해 왔다"면서 "두 가지 핵심 기술 분야(AI와 암호화폐)에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수 있는 지식, 비즈니스 경험, 지능 그리고 실용주의를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도 함께 이끌게 된다고 트럼프 당선인은 덧붙였다.

○암호화폐 정책 '시동'

전날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자리에 폴 앳킨스 전 SEC 위원을 내정한 데 이어 이날 색스의 임명으로 트럼프 정부는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정책의 진용이 갖춰지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월 테네시주 내시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행사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암호화폐 규제 완화는 물론 정부가 보유하고 있거나 앞으로 보유하게 될 비트코인을 일체 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임명된 색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피터 틸 팔란티어 창업자 등과 함께 닷컴 시대를 열었던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이다. 이들은 2016년 틸이 공화당전당대회(RNC)에서 트럼프 당시 후보를 공개 지지한 것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트럼프의 지지자로 변모했다. 머스크가 이번 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현실정치에 개입하고 있는 양상이다.

색스는 머스크와 마찬가지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났다. 맥킨지앤드컴퍼니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틸·머스크 등과 페이팔을 함께 창업해 최고운영책임자(COO)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일했다. 2008년에 기업용 소프트웨어 야머를 창업해서 마이크로소프트에 12억달러에 팔았다. 이후 벤처캐피털(VC)인 크래프트벤처스를 운영 중이다. 유명 팟캐스트 ‘올인’을 운영하면서 더 유명해졌고 온라인으로 트럼프 지지 등에 관해 자주 설전을 벌였다.
암호화폐 진영은 색스의 임명을 반겼으나 한때 전날 10만달러를 찍었던 비트코인은 이날 9만7000달러대로 소폭 물러앉았다.
데이비드 퍼듀(왼쪽) 전 공화당 상원의원이 2020년 조지아주의 한 행사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무대에 올라 이야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주중대사 자리에 퍼듀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차기정부 주중 대사 자리에 데이비드 퍼듀 전 조지아주 상원의원(2015~2021년)을 임명했다. 리복, 달러제너럴, 필로우텍스 등의 CEO로 재직했던 인물이다.

퍼듀 전 의원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내정자 등 트럼프 2기 정부 내 대중 강경파와 결을 달리한다. 그는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중국 측에 ‘협력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화해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 2019년엔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합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글을 기고했고, 제조 비용 절감을 위해 미국의 일자리를 아시아 등으로 이전하는 것을 강력히 지지한 적도 있다. 미국판 다이소에 해당하는 달러제너럴 등 운영 경험이 있는 만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에 대한 이해도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중 정책이 강·온 양면을 오가며 이어질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그와 트럼프의 친밀한 관계는 (중국의) 트럼프 당선인과의 직접적인 소통 라인을 의미한다”며 “그의 비즈니스 배경도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에게 긍정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중대사 지명은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가 “이 지역의 평화를 유지하고 중국 지도부와 생산적인 업무 관계를 구축하는 제 전략을 실행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주 칠레 대사에 전국 국경순찰대 위원회 회장을 맡았던 브랜든 주드를 내정했다. 이외에 세관국경보호국(CBP) 국장 자리에 로드니 S 스콧 전 국경순찰대 청장, 이민관세집행국(ICE) 국장 대행 자리에 캘럽 비텔로 ICE 부국장, 백악관 국토안보위원회의 부 보좌관 자리에 마이애미 국토안보 수사 담당 특수요원(SAC)인 토니 샐리스버리를 각각 지명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