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 후폭풍…방송가 "다 숨죽였다" [김소연의 엔터비즈]

가수 임영웅.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윤석열 대통령이 발동한 45년 만의 비상계엄 사태 그 후폭풍이 방송가를 강타했다.

지난 3일 10시 23분 윤 대통령이 돌연 비상 계엄을 선포한 이후, 방송가 편성표는 뉴스 특보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여기에 국회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까지 발의하면서 당분간 정치권을 중심으로 시끌시끌한 탄행 정국이 이어지리란 관측이다.역사 속으로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비상계엄 선포 후 사회 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됐다. 이를 반영해 웃고 떠드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편성 변경 1순위에 올랐다.

가수 임영웅, 송가인 등이 출연한 TV조선 '미스앤미스터트롯 추억여행'을 비롯해 골프 스타 박세리가 출연한 SBS '틈만 나면,' MBN '현역가왕2' 등은 지난 3일 방송 중 뉴스 특보로 내용이 중단됐다. 국민 가수와 영웅도 비상 계엄이라는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 예외가 되지 못했다.

결승 공개를 앞둔 채널A '강철부대W'에는 더 큰 불똥이 튀었다. '강철부대W'는 시리즈 첫 여군 특집으로 매회 화제를 모으며 방영됐다. 하지만 계엄군에 대한 반감이 '강철부대W'에 출연했던 몇몇 특수부대로 튀었다. 결국 우승팀 공개를 앞두고 내부 적으로 논의 중이던 간담회까지 취소됐다.계엄령이 해제된 4일에도 KBS 1TV '아침마당', MBC '생방송 오늘 아침', SBS '좋은 아침' 등 지상파 3사의 아침 프로그램들 대신 뉴스 특보가 편성됐다. 이날 오후 MBC는 '시골마을 이장우'와 '라디오스타'를 결방하고, 각각 '100분 토론'과 뉴스특보를 편성했다. SBS 또한 '골 때리는 그녀들' 대신 '특집 8시 뉴스'를 편성했다.

지난 5일에는 MBC '구해줘!홈즈'가 결방한 뒤 'PD수첩'이 긴급 편성됐다. 편성 당시 타이틀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방송 직전 '긴급취재: 서울의 밤, 비상계엄사태' 편임이 공개됐다. 이 방송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 내외부의 모습을 전한 것. 국회가 비상계엄령 해제 요구 의결안을 가결하기까지 국회 안팎 상황과 국회의원 보좌관들의 노력, 군인들이 어떻게 국회에 들어와 어떻게 나가게 됐는지 등의 생생한 현장을 담아냈다는 평이다.

MBC는 7일에도 '놀면 뭐하니'를 결방하고 '뉴스데스크' 특집을 편성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랜 준비 끝에 컴백하는 가수, 공들어 찍은 콘텐츠를 공개하는 배우와 제작진 역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힘들어졌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계엄 이슈를 누가 이기겠냐"면서 "지금은 다 같이 숨죽이는 상황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불평하거나 아쉬움을 드러내는 것 역시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국민적으로 관심이 고조된 사안이기 때문.

실제로 '구해줘 홈즈' 대신 편성된 'PD수첩'의 경우 전국 일일 시청률 6.3%(닐슨코리아 집계, 이하 동일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방송분 1.4%보다 약 5배 치솟은 수치다.현재 시청률 1위를 기록 중인 MBC '뉴스데스크'의 경우 4일 시청률 10.6%, 5일 시청률은 10.4%였다. 지난 3일 시청률이 6.6%임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상승세다. 특히 4일 시청률의 경우 드라마, 예능을 포함한 전체 TV 시청률 1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시민 작가, 전학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석해 계엄과 탄핵안에 대해 집중 조명한 특집 '100분토론'은 7.5%를 기록했다. '100분토론'이 직전까지 1%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계엄 사태 이후 뜨거워진 관심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종편 메인 뉴스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인 JTBC '뉴스룸' 역시 3일 3.4%(유료플랫폼 기준)였던 시청률이 4일엔 4.4%, 5일에는 6.3%까지 늘었다. 계엄과 탄핵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시청자들의 눈길이 '뉴스룸'으로 향했다는 분석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예능 등 몇몇 방송 편성에 변화가 있긴 하지만 촬영 등의 일정은 변동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스케줄이 달라진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방송이 되고, 홍보해도 이슈가 안되는 게 우려가 되는 부분이긴 하다"며 "조용히 이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고 있다"고 귀띔했다.또 다른 관계자 역시 "SNS 키워드를 봐도 계엄 외 키워드의 화제성은 다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시국이 이런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 싶다. 그래도 홍보는 해야 하는데 막막한 부분은 있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