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2단지·분당 양지마을…'신탁방식' 재건축

조합 대신 신탁 재건축 확산

목동 8개 단지 신탁사와 업무협약
여의도·상계·광명 등도 신탁 방식
전문성 장점…인허가 속도 높여

주민 거부감·높은 수수료는 부담
"정책지원으로 선호 단지 늘 듯"
수도권에서 조합 대신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노후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 목동과 여의도에선 재건축 단지의 절반 가까이가 신탁사와 손을 잡았다. 전문성과 경험, 협상력 측면에서 장점이 많은 데다 사업 속도도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가 주춤하고 공사비 문제 등으로 정비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문성과 안정성을 갖춘 신탁 방식 재건축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목동·여의도 절반이 신탁 방식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양천구 목동2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최근 하나자산신탁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기존 15층, 37개 동, 1640가구를 헐고 향후 49층, 3381가구를 짓는다. 34개 동, 1882가구 규모인 목동1단지도 예비 신탁사를 선정하고 있다. 예비 신탁사 선정을 마무리한 곳은 2·5단지(하나자산신탁), 9·11단지(한국자산신탁), 10단지(한국토지신탁) 등 8곳에 달한다. 재건축 추진 단지 14곳 중 절반 넘는 단지가 신탁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도 삼익과 시범, 광장, 수정 등 재건축 추진 16개 단지 중 7개 단지가 신탁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이 가능한 ‘복합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노원구 하계 현대 우성도 소유자 93.6%의 찬성을 받아 한국토지신탁과 신탁 방식 정비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영등포구 신길10구역, 관악구 신림 미성 재건축, 강서구 방화2구역, 동작구 흑석 11구역, 용산구 삼각맨션 등도 신탁사를 사업시행사로 내세웠다.

한국자산신탁이 올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경기 성남시 분당 시범 우성·현대&건영 통합구역, 평촌 민백블럭(꿈마을우성·동아·건영3·5단지) 통합구역이 지난달 27일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선정됐다. 또 다른 선정지구인 분당 양지마을과 샛별마을도 올 7월 각각 한국토지신탁, 하나자산신탁과 예비신탁사 업무협약을 맺으며 신탁 방식을 선택했다.

○전문성 가점, 수수료는 부담

신탁 방식 재건축은 조합이 향후 개발이익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지급하고 사업 진행 전반에 걸쳐 전문 신탁사에 시행·관리를 맡기는 방식이다. 신탁 방식이 선호되는 이유는 ‘전문성’과 ‘속도’ 때문이다. 신탁사는 공사비 협상에서 조합에 비해 투명한 내역 산정과 협상력 등을 발휘할 수 있다. 정비구역 지정 이후부터 시공 조건이나 건축 설계 및 비용 내역 등을 시공사와 협의해 잦은 설계 변경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최근 갈등 요소로 제기되는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를 조합보다 빠르게 검증할 수 있다. 신탁사는 조합 비리나 동의율 확보 문제 등에 따른 사업 지연도 막을 수 있다.시공사로부터 사업비를 빌릴 필요 없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사업비 대출을 받아 직접 사업비를 투입할 수 있다. 공사비 협상에서 탄탄한 자금력을 보유한 신탁사가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탁 방식도 단점이 없지 않다. 친숙하지 않은 신탁 재개발에 대한 주민의 거부감과 향후 개발 이익의 1~4%를 수수료로 신탁사에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발 이익 전체가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조합 방식에 비해 일정 부분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신탁사 선정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사업이 되레 장기화할 우려도 있다.

정부는 2022년 ‘8·16 종합대책’ 이후 여러 정책적 지원을 통해 신탁 방식 정비사업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한 정비구역 및 사업시행자 지정 특례를 이용하면 정비구역 및 사업시행자 동시 지정이 가능해진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특례를 통해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는 등 사업 기간을 줄이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