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증시 '밸류업' 동력 잃나

정쟁 격화 전망…자본시장 불확실성 여전
밸류업·ISA 법안 처리 '안갯속'
금투세 폐지 논의도 지연 우려
7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17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여당 의원석에는 안철수 의원만 남아있다. 김범준 기자
여야간 정치적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거야’와 여당간 정쟁이 첨예해지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선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 등 각종 자본시장 정책·법안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 리스크에 3일간 1조원 던진 외국인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후 해제 직후인 지난 4일부터 전날까지 외국인투자자는 국내 상장주 1조102억원어치를 던졌다. 정치적 리스크가 커졌다고 본 외국인들이 한국 장을 빠져나갔다는 얘기다. 지난 4일 외인 순매도액은 4088억원에 달했다. 하루 전 5650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증시가 회복 조짐을 보였던 것을 고려하면 크게 대조적이다.올초부터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힘입어 오른 금융주도 일제히 빠졌다.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으로 구성된 KRX은행 지수는 지난 4~6일 8.31% 내렸다. 이 지수를 구성하는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메리츠금융지주, 기업은행 등 앞서 정부의 방침에 맞춰 주주환원책을 강화하는 등의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기업들이다. 같은 기간 KRX증권지수는 6.01% 하락했다.

계엄 사태 이후 한국거래소의 밸류업 지수를 활용한 상장지수펀드(ETF)도 전부 하락세다. TRUSTON 코리아밸류업액티브는 지난 4~6일 -4.44% 내렸다. KoAct 코리아밸류업액티브는 -3.45% 하락했다.

정치권발 시장 리스크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거취와 여당의 개헌 논의 등 굵직한 사안을 두고 여야가 한동안 각을 세울 전망이라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의 연내 주요 논의는 ‘비상계엄 사태’ 후속 처리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아무래도 한동안 밸류업 기대감은 약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ISA 확대·토큰증권 제도화 ‘기약 없어질 수도’

정쟁 격화로 입법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밸류업 등 각종 자본시장 정책이 동력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책을 뒷받침할 법안이 아직 여럿 나오지 않은 상태라서다. 거야 구조인 국회에서 야당의 협조가 없다면 정책이 표류할 수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엔 세제를 비롯해 각 측면에서 법안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납입한도 확대와 국내투자형 ISA 신설 등을 위해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하는 식이다. 토큰증권(ST) 제도화 등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당초엔 밸류업 프로그램과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각종 법안 과제를 연내 처리할 계획이었다. 통상 경제 관련 비쟁점 법안은 연말에 몰아서 처리되는 만큼 ISA 확대 등은 연말 통과를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이들 법안 처리가 급격히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밸류업이 윤 정부의 ‘역점사업’인 것을 고려하면 국회가 순순히 우선 처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금투세 유예 늦어지나…지배구조 개선법 논의도 '예측 불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자체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여당을 통해 지난 3일 발의한 정부안을 두고 야당과 협의를 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번 탄핵소추안 부결로 여야 대치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논의가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투자자들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시점을 두고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금투세는 앞서 2025년 도입이 이미 결정된 제도라 폐지하려면 국회가 따로 세법개정안을 의결해야 한다. 여야는 금투세 폐지 자체에는 의견을 모았으나 절차상 필요한 일정에 합의하지 못해 처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