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때와는 달랐다…與 이탈표 없었던 이유 셋 [정치 인사이드]

與 의원 108명 중 3명만 투표 참여
더불어민주당 등 야6당이 발의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7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정지가 필요하다"고 말해 급물살을 탔던 윤 대통령 탄핵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자동 폐기됐습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지만, 표결 결과 재적 인원 195명으로 투표 참여 인원이 의결정족수인 200명에 미치지 못해 자동 폐기됐습니다. 당초 탄핵에 찬성한 야당 의원은 총 192명으로, 국민의힘에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탄핵안이 가결되는 상황이었습니다.투표가 불성립해 개표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에서 탄핵안에 찬성한 이탈표는 1표 또는 2표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여당 의원은 총 세 명, 김예지·안철수·김상욱 의원인데, 이 중 김 의원은 "당론에 따라 탄핵안에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정치권에서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에 대한 강한 비판을 이어가면서도 '탄핵안'에 반대한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 정도가 꼽힙니다.

첫 번째가 잊을 수 없는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탄핵에 동참하면 '보수 세력'이 보존될 것이라고 믿은 사람들이 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는 겁니다.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권에는 '적폐 청산'의 피바람이 불었습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 걸쳐서 적폐 청산 명목의 '찍어내기'가 횡행하면서 많은 보수 인사들이 고초를 겪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불성립'을 선언하자 의원들이 나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두 번째로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의 막무가내 국회 운영에 쌓인 '분노'도 한몫했다는 분석입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압도적 의석을 점한 민주당은 유례없는 독선적 국회 운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각 상임위에서 이뤄진 일방통행식 운영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감액 예산안'에서 정점을 찍었다는 반응이 많습니다.한 여당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에 정권까지 넘긴다는 것은 모두 죽는 길임을 알고 있는 것"이라며 "대화와 타협, 협치가 이뤄졌던 20대 국회와 지금은 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존재가 '탄핵 표결 동참'을 더욱더 망설이게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이 탄핵당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이 대표가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황입니다. 윤 대통령이 신뢰를 잃었어도 '이재명 대표에게 정권을 내줄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확고했다는 것입니다.한 여당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가 정권을 잡으면, 문재인 정권 이상의 잔인한 정치보복이 이뤄질 게 분명하다"며 "그래서 탄핵 반대 전선에서 이탈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 영상=김범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