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효자 선박'된 컨선…신조선가 더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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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리포트글로벌 해운사들이 올해 새로 발주한 컨테이너선 물량이 역대 두 번째로 많을 것으로 관측됐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컨테이너선이 조선사의 ‘효자 선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컨테이너선 선가가 상승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한쪽에선 컨테이너선 공급량이 물동량보다 많아 선가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지만, 다른 쪽에선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1~11월 발주 물량, 작년의 2배
2021년 이어 역대 2위 가능성
신조선가 2.7억弗로 신고가
일각 "공급 과잉 우려된다"
조선·해운사 "수요 안 꺾여"
8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1월 발주된 컨테이너선 물량은 총 387만5573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지난해(158만332TEU)의 두 배가 넘었다. 역대 최대치인 2021년 451만TEU 이후 두 번째로 많다. 후티 반군의 홍해 점거로 수에즈 운하 진입이 막히면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급등한 영향이 크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선 신조선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LNG를 연료로 쓰는 컨테이너선(2만2000~2만4000TEU 기준) 가격은 지난달 척당 2억7500만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올 1월 척당 2억6400만달러에서 4.16% 상승했다. 같은 기간 LNG 운반선 가격은 2억6500만달러에서 2억6000만달러로 1.88% 낮아졌다. LNG 운반선 발주가 꺾인 가운데 중국 조선사들이 독을 크게 늘리며 저렴한 값에 수주하고 있어서다. 예상 밖의 컨테이너선 수요 증가는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사들의 독을 채우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시황은 전망이 엇갈린다. 시장 일각에선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해 물동량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다.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 대상이 대부분 완제품인 만큼 이를 운송하는 컨테이너선 시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2021년 대규모로 발주한 컨테이너선이 속속 해운사에 인도되는 점도 공급 과잉을 부르는 요인으로 꼽힌다.하지만 조선·해운업계는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이 장기적으로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세계 5위 해운사인 하파그로이드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엔 컨테이너선 발주부터 인도까지 2년~2년6개월 걸렸지만 독이 꽉 찬 지금은 4년 이상 소요된다”며 “향후 10년 안에 선령 25년이 넘는 노후 컨테이너선이 400만TEU가량 나오는 만큼 공급 과잉 우려는 과도하다”고 했다.
조선업계도 컨테이너선 수요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감축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LNG 추진 컨테이너선 등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