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국민공감 얻을 조기퇴진 로드맵 내고 野와 머리 맞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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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중심 국정운영, 법적 논란 가열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어제 담화문을 내고 정국 조기 수습과 국정 공백 최소화 의지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여당 불참에 따른 정족수 미달로 폐기돼 정국 혼란이 더 심화하는 상황에서 나온 공동 입장이다. 한 대표가 제시한 대략의 방안은 외교를 포함한 윤 대통령의 국정 전반에 대한 불관여,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성역 없는 수사, 총리와 당의 긴밀한 협의를 통한 차질 없는 국정 수행 등이다. 앞서 윤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에 대해 사과하고,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을 여당에 일임하겠다고 한 데 따른 조치다.
정파적 유불리 떠나 큰 틀 합의 필요
두 사람이 이런 구상을 내놨지만, 시작부터 난관을 만났다. 대통령 직무 배제와 총리 중심 국정 운영이 법적으로 가능한지부터 그렇다. 국정 수습을 정당 대표에게 위임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크다. 국가 운영 시스템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작동해야 하는데, 총리 중심 국정 운영은 어디까지나 정치적 결정이다. 헌법엔 총리가 권한을 대행할 수 있는 조건으로 대통령 궐위나 사고로 규정하고 있다(제71조). 또 총리는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고 돼 있다(제86조2항). 정부조직법에는 대통령이 사고로 국무회의를 주재하지 못할 경우 총리가 대행토록 하고 있다(제12조).궐위는 파면, 사망 등으로 인한 대통령 공석을 뜻하고, 사고는 질병 등으로 대통령이 아무 결정을 할 수 없을 때다. 지금 대통령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이라 궐위나 사고로 볼 수 없다는 게 대다수 학자의 견해다. 법적으로 위임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는데, 직무 배제된 대통령이 명을 내려도, 대통령의 명 없이 총리가 주요 사안을 결정해도 위헌과 위법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인데 북한 도발엔 어떻게 대처할 것이며, 대통령 권한인 법률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또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문제다. 국가원수로서 외국과의 조약 체결, 헌법재판관 임명도 총리가 대신하기 어려운 등 따져봐야 할 법적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총리 중심 국정 운영 성격이 권한대행이냐 책임총리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헌법적 권한 없는 위헌 통치”라며 반발하는 마당이어서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다.
결국 질서 있는 퇴진과 정상적 국정 운영 시스템 가동은 여야 합의에 따른 정치적 결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 조기 퇴진 시점과 방법에 관해서는 구체적 구상을 밝히지 않은 채 당(국민의힘)과 협의를 거쳐 내놓겠다고 했다. 야당은 매주 탄핵안을 내겠다고 하는 등 정국 상황이 나날이 악화하고, 나라 안팎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 게다가 검찰은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정국을 조속히 안정시키기 위해선 국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 가능한 조기 퇴진 로드맵을 내고 야당과 협의에 들어가야 한다. 때맞춰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회담을 제안했다. 여야는 정파적 이해를 떠나 나라 미래를 위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이와 더불어 여야는 정치적 현안을 떠나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정기국회 회기가 내일 끝나지만, 내년도 예산안은 민주당의 감액예산안 예결특위 일방 처리 뒤 논의 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법안도 산적해 있다. 국민의힘은 국정 동반자라는 경각심을 갖고 예산안과 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 민주당도 170석의 거대 정당다운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 추가 삭감을 예고할 게 아니라 ‘감액 예산’부터 되돌리는 게 정상이다. 계엄령 정국 흐름을 틈탄 잇단 반시장법 발의는 경제 활력을 저해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