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수사 주도권 놓고 검경 갈등…공수처까지 가세 '점입가경'
입력
수정
검·경 공방에 공수처의 이첩 요청까지 '3각 기싸움''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수사 주도권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날 선 공방을 벌이는 등 갈등이 증폭하고 있다.
급기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우리가 맡겠다'고 참전함에 따라 '계엄 수사'는 첫 단추인 수사 주체를 정하는 문제부터 갈피를 못 잡고 있다.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양 기관이 과거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협조로 바뀌면서 중복 수사 문제는 종종 지적돼왔으나 이번에는 공수처까지 뛰어들어 '3각 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격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박세현 본부장은 8일 브리핑에서 "이 사건에서 가장 관련자가 많은 데가 군과 경찰"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이번 사건 독자 수사가 '셀프 수사'로 비칠 수 있는 점을 우회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계엄군의 요청에 따라 국회와 중앙선관위원회 통제에 협조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가 수사선상에 오른 점을 정조준한 것이다.검찰은 또 '계엄' 전 과정을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신병을 이미 확보했다며 수사의 당위성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경찰은 '수사 독립성'을 위해 경찰이 수사 주체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상계엄 선언 국무회의에 참석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대한 인사권은 물론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는만큼, 검찰이 수사를 주도할 경우 자칫 '불공정 수사'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논리다.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현행법상 내란죄는 경찰의 수사 관할"이라고 말했다.경찰 안팎에선 검찰이 내란죄를 수사할 경우 법원에서 공소 기각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두 수사기관의 합동수사가 불발되면서, 검경 모두 수사 인원을 보강하며 세 불리기에 나섰다. 경쟁적으로 이번 사건의 핵심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신병을 확보(검찰)하거나, 통신 내역을 확보하고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경찰)하는 초유의 상황마저 벌어진 상황이다.공수처의 이첩 요청은 이후에 나왔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계엄 관련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라고 검찰과 경찰을 상대로 요구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검경이 공수처와 중복된 수사를 할 때 처장이 수사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하는 경우 검경은 이에 응해야 한다는 공수처법을 근거로 들었다.
경찰은 즉각 수용하는 대신 "법리 검토 후 (입장을) 알리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통상 대통령실이나 총리실 등 상위 기관이 수사 주체를 조율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대통령이 사실상의 '직무 정지' 상태에 들어간 만큼, 혼란이 가라앉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과거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경우 총리실 주도로 검찰을 감독하는 법무부 장관과 경찰을 지휘하는 행정안전부 장관,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이 참여해 갈등을 조율한 바 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