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희토류 칼 빼들고 반격 나서자…반사이익 노리는 기업들 [원자재 이슈탐구]

서방 기업들 정부 보조금 받아 희귀 광물 생산 박차
중국 기업과 기술력 격차 좁히는 게 과제
광산·제련 기업 니르스타의 대형 드릴 / 사진=니르스타 제공
미국의 첨단기술 관련 파상공세에 중국도 희귀광물 수출 통제를 전격 실시했다. 중국은 미국 상무부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 수출을 차단한 지 하루 만인 지난 2일 보복으로 미국에 대한 갈륨과 게르마늄(저마늄) 안티모니(안티몬) 수출을 금지했다. 중국은 세계 갈륨 공급의 98%, 게르마늄 공급량의 60%, 안티모니 공급의 약 48%를 점유한다.

지금까지 중국 상하이금속거래소를 중심으로 거래됐던 희귀광물 시장의 재편이 예상된다. 미국과 호주 등의 희귀 광물 생산 기업들은 국가 보조금 지원 등을 받아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수혜가 예상되는 주요 생산기업들을 꼽아봤다. 갈륨 게르마늄 등 외에도 중국은 작년부터 흑연과 네오디뮴 등에 관련한 규제를 시작했고, 디스프로슘 등 다른 희토류에 대한 수출 제한 가능성도 점쳐진다.

제련소에서 나오는 갈륨과 게르마늄

갈륨은 녹는점이 30℃밖에 안 되는 광택 있는 금속으로, 아연 광석이나 보크사이트(bauxite)에 갈륨 화합물 형태로 포함돼 있다. 반도체나 전자 소재를 만드는 데 필수 원자재다. 게르마늄도 구리, 납, 아연 등의 광석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산출된다. 게르마늄은 광섬유, 적외선 광학계, 고분자 중합 촉매, 전자 및 태양전지 생산에 사용된다.

갈륨과 게르마늄을 생산하는 기업으로는 네덜란드 니르스타(Nyrstar)가 꼽힌다. 니르스타의 미국 테네시주 아연 제련소에서 갈륨과 게르마늄을 생산한다. 미국 본토에서 갈륨과 게르마늄을 전자 제조업에 적합한 등급으로 추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설이다. 이 회사의 모기업 트라피구라는 이곳에서 연간 40톤(t)의 갈륨과 30t의 게르마늄을 생산할 계획을 내놨다. 이는 미국 국내 수요의 8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회사는 주 정부를 비롯해 에너지부, 상무부, 국방부와 보조금, 세금 감면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아연 가격이 내려 생산이 줄어들면 갈륨이나 게르마늄 생산도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다.

캐나다의 아연 기업 테크리소시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제련소 역시 북미 최대 게르마늄 생산 단지로 꼽힌다. 캐나다 네오퍼포먼스머티리얼스는 미국과 독일 등에서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갈륨을 추출한다. 그리스의 미틸리네오스(Mytilineos)도 갈륨의 상업적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안티모니 광산 개발 지원하는 美 국방부

안티모니는 내화성과 내열성이 뛰어나 방염 군복과 텐트 생산뿐 아니라 총알과 포탄에서 야간 투시경, 핵무기, 대전차 미사일,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의 필수 소재다.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안티모니 광산을 운영하는 퍼페투아 리소시스는 지난 3일 이후 주가가 36.6%나 급등했다. 금과 은이 주력인 회사지만 부산물인 안티모니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9월 퍼페투어의 스티브나이트 금광 프로젝트를 전격 승인했다. 이곳에는 금뿐만 아니라 1억4800만 파운드의 안티모니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 국방부가 이 프로젝트에 7500만달러를 지원하는 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금값도 고공행진하고 있어 회사의 수익 전망이 밝은 것으로 평가된다.

북미 유일의 안티모니 제련업체 US안티모니 코퍼레이션 주가는 159.28% 폭등했다. 지난 3일 주당 0.73달러로 마감한 주가는 지난 6일 1.9달러로 마감했다. 이 회사는 지난 9월부터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중국 이외 지역에서 안티모니 광물을 수입하기 위해 12개국과 협상 중이다.
미국 MP머티리얼 본사 / 사진=MP머티리얼 제공

디스프로슘과 네오디뮴 수급도 '불안'

디스프로슘은 1파운드에 100달러 이상에 판매되는 희토류로, 이전엔 주로 전기 자동차 모터의 자석 원료로 사용됐다. 디스프로슘은 내열성도 매우 뛰어나, 첨단 반도체의 원료로도 사용된다. 엔비디아 등은 반도체 칩의 작은 전기 관리 장치인 커패시터에 사용되는 소재를 디스프로슘으로 바꿨다. 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 역시 모터와 풍력발전기, 마이크·스피커, 이어폰, 컴퓨터 하드 디스크 등에 사용된다.

디스프로슘, 네오디뮴 등을 생산하는 기업으로는 미국의 MP머티리얼즈가 꼽힌다.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패스에 있는 유일한 미국 희토류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광석의 디스프로슘 농도가 낮은 편이지만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추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디스프로슘을 다른 희토류 원소들에서 분리하는 작업이 매우 어려워 중국 기업 외에는 생산 수율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희토류 생산 기술 수출도 제한하고 있다. 벨기에의 솔베이는 프랑스에서 소량의 디스프로슘을 정제하고 있으며 생산량 확대를 추진 중이다. 호주 최대 희토류 광업 기업인 라이너스(Lynas)는 말레이시아에서 디스프로슘 정제를 시작했고, 텍사스의 정제 공장도 가동중이다.

현재 미얀마 외에 상업성을 확보한 디스프로슘 광산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캐나다 아클라라 리소시스(Aclara Resources)는 브라질에서 광산을 개발 중이다. 브라질 고이아스주 카리나 매장지에서 2027년부터 연간 191t의 디스프로슘과 테르븀을 생산할 계획이다. 당초 2029년부터 생산 시작 시기를 2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칠레 펜코에서도 중희토류 광산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