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연극 도전 안은진 …"이게 무대의 맛이구나 싶어"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 기자간담회

7년만에 무대 돌아온 안은진
"처음에는 너무 떨리고 어색했지만
이제는 무대 재밌게 즐기고 있어"
"무대 위에서 어떻게 소리를 내야 하지? 몸은 어떻게 움직여야지? 처음에는 모든 게 가물가물했어요. 이제는 '이게 무대의 맛이지' 싶을 정도로 무대를 진하게 즐기고 있습니다."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에서 주인공 '헨리에타 레빗'으로 출연하고 있는 안은진은 9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연극 '사일런트 스카이'는 여성에게 참정권조차 없던 20세기 초에 천문학자로 살았던 실존 인물인 '헨리에타 레빗'의 삶을 그린다. 레빗은 하버드대학교 천문대에서 일하며 먼 거리에 있는 은하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표준광원법'을 개발해 천문학에 지대한 공을 세운 천재 여성 천문학자다. 미국의 극작가 로렌 군더슨의 희곡 원작으로 지난달 29일 개막했다.

TV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으로 매체 연기로 얼굴을 알린 안은진이 이번 작품으로 7년 만에 무대에 올랐다. 그는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학창 시절부터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게 꿈이었다"며 "영화와 드라마 촬영을 오가면서도 다시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품던 와중에 대본에 빠져 작품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안은진은 단일 캐스트로 전회차 주인공 헨리에타로 무대에 오른다. 안은진은 "단일 캐스트로 작품에 출연하는 건 모든 배우들이 품고 있는 소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배우들과 합을 맞추며 감정과 호흡이 깊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며 "이 캐릭터를 온전히 나 혼자서 잘 해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대답했다.오랜만에 돌아온 연극 무대인 만큼 어색한 점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오랫동안 매체 연기와의 차이점으로는 "무대에 전체를 쓰기 때문에 몸이 주는 힘이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친구들을 집에 불러 함께 대본 리딩을 하고, 전미도 선배에게 전화해 팁을 받기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첫 공연 때는 너무 떨렸지만, 이제는 남은 공연 회차가 줄어드는 게 아쉬울 정도로 무대를 즐기는 중"이라고 말했다.
안은진은 이번 작품의 연출은 맡은 김미정 연출과도 연이 깊다. 둘은 안은진의 데뷔작인 2012년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부터 2014년 '명동로망스' 2016년 뮤지컬 '베니싱'에서도 합을 맞췄다.

천문학을 소재로 하는 작품인 만큼 김 연출은 우주를 무대에 펼치기 위해 많은 고심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천문학은 아주 수학적인 연구라고 생각하지만 알아갈수록 아주 감각적이고 상상력이 필요한 분야라고 느꼈다"며 "관객이 '우와'라는 말을 할 정도로 무대 위에 우주의 경이로움을 펼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연출은 "청각, 시각 등 감각이 합쳐져 마지막에는 관객이 경이로운 공감각을 느끼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작중 작곡가를 꿈꾸는 헨리에타의 동생 '마거릿'을 분하는 홍서영은 실제로 피아노 연주를 선보인다. 홍서영은 "피아노 감독이 손가락을 움직이는 순서, 건반을 누를 때 몸짓까지 세세하게 지도해주실 정도로 세심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2024년 국립극단 마지막 레파토리 작품으로 '사일런트 스카이'를 정한 이유에 대해 "모든 사람이 각기 다른 삶을 살지만 전부 의미가 있다고 격려를 해주는 작품"이라고 대답했다.

"21세기가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많이 퍼지긴 했지만, 그 속도는 아직 더디다고 생각해요. 비단 여성뿐 아니라 역사 속 에서 잊힌 개인들의 이야기가 정말 많을 거예요. 앞으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발굴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연극 '사일런트 스카이'는 오는 28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