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불발' 코스피·코스닥, 연저점 추락…환율 1437원으로 '급등'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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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불안에 버티던 개인마저 8800억 투매원·달러 환율이 '탄핵 정국'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1440원 사정권대로 진입했다. 원화 기반 자산에 대한 회피 심리가 커진 탓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나란히 연중 신저가를 갈아치우며 지난 8월5일 '블랙먼데이' 사태를 재연했다. 특히 코스닥은 5% 넘게 급락하며 56개월 만에 최저치를 다시 썼다.
코스닥 지수 56개월 만에 최저치 갈아치워
원화 자산 기반 매력 하락…1440원대 사정권
9일 오후 3시30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7.8원 오른 1437.0원을 기록했다.이날 서울 외환시장 개장 직후인 오전 9시6분께 1430원대를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1시 이후 오름 폭을 키워 1438원대를 찍으면서 1440원대 진입을 시도했다. 정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30원대를 기록한 건 2022년 10월26일(1432.4원) 이후 약 2년1개월만이다.
다만 오후 들어 외환당국 추정 개입 물량으로 상승폭을 다소 낮췄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1419.2원보다 6원80전 오른 1426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환율 개장가가 1420원을 넘긴 것도 2022년 11월4일(1426원) 이후 2년여 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 상승은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불성립되면서 탄핵 정국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진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불안 심리가 확대되면서 원화 자산에 대한 매도 포지션을 가져가고 있는 것이 환율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측된다.코스피와 코스닥은 동반 연저점을 갈아치웠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7.58포인트(2.78%) 내린 2360.58에 마감했다. 지난 8월5일 '블랙먼데이' 당시 기록했던 2386.96보다 낮은 수치다. 지수는 비상계엄 사태 후 첫 거래일인 4일부터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개인의 매도세가 집중되며 지수가 하락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개인은 홀로 8860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6907억원, 1006억원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다.시가총액 상위주는 대부분 하락했다.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은 15.33% 급락하며 153만5000원에 마감했다. 직전 거래일 기록했던 최고점 240만7000원에 비교하면 하루 만에 90만원 낮아진 셈이다.
이외에도 POSCO홀딩스(-4.52%), 삼성물산(-3.81%), 기아(-2.95%), KB금융(-2.93%), 셀트리온(-2.78%), NAVER(-1.47%), 삼성전자(-1.29%), 현대차(-1.23%)가 하락했다.
코스닥은 전장 대비 34.32포인트(5.19%) 밀린 627.01에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발생한 2020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코스닥도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계엄 사태 후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코스닥 시장에서도 개인은 3013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049억원, 1001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 시총 상위주는 일제히 파란불을 켰다. 펄어비스(-7.92%), 엔켐(-7.74%), 클래시스(-7.72%), JYP엔터테인먼트(-7.32%), 레인보우로보틱스(-7.3%) 알테오젠(-6.86%), 휴젤(-6.79%), HPSP(-6.32%), 리가켐바이오(-5.44%), 리노공업(-3.83%)이 모두 하락했다.
금융시장 비상에 정부는 적극적인 대응책을 예고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장 시작 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이 참석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일명 'F4' 회의)를 열고 필요시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외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구조적 외환수급 개선방안도 이달 중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시 마련된 비상대응계획에 따라 즉각적 시장안정조치를 실행할 것"이라며 "외화자금 동향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금융회사의 충분한 외화유동성 확보를 지도했다"고 밝혔다. 또 "환율 상승 및 위험가중자산 증가에 따른 자본비율 영향도 세밀히 점검하고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현재 수준에서 더 오를 경우 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예상돼 1450원 이상 치솟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 당국의 개입과 관련 의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고 지난 달 말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거래 한도를 500억달러로 확대했다"며 "국민연금의 외화선조달 한도를 확대 시행 중인 데다 계엄 사태 이후 무제한 유동성 공급의 의지를 밝혀 추가 상승 압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이어 "1450원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환율의 고점"이라며 "한국의 GDP 대비 순대외자산 규모가 2022년 41%에서 올해 3분기 51.4%까지 상승했고 수급 측면에서 자산(내국인의 해외 투자)과 부채(외국인의 국내 투자) 간의 차이를 고려하면 상단은 1450원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