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K방산 '급제동'…K2전차 수출계약 안갯속

커지는 계엄 후폭풍

폴란드와 협상 중인 현대로템
계약 조건 나빠질라 전전긍긍

7.8兆 한국형 구축함 사업 등
정부, 수주 일정 줄줄이 연기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면서 산업계에도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방산, 원전 등 정부와 기업이 ‘원팀’을 이뤄야 성과를 낼 수 있는 산업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폴란드 정부와 K-2 전차의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인 현대로템만 해도 상대 측이 ‘특수 상황’을 이유로 결정을 미루면서 곤란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 정국’에 가장 민감한 분야는 방산업계다. 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시작할 예정이던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 입찰이 내년으로 연기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총 7조8000억원을 투입해 2026년부터 새로운 구축함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올해 입찰 방식 등을 결정해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사업 수행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었지만, 방추위원장인 국방부 장관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현재 방추위는 국방부 차관 대행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방추위뿐 아니라 대통령실,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판단까지 필요한 조단위 사업인 만큼 새 정부 출범 전까지 사업 진행이 밀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과 무기 구입을 논의하려던 키르기스스탄공화국 대통령은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문 일정을 미뤘다. 국내 방산기업과 면담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었던 스웨덴 총리 역시 방한을 취소했다. 방산업계에선 정치 리스크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 수주는 정부와 기업이 발맞춰 상대방 정부를 설득하는 방식인데, 정부 공백이 길어진다면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장 현대로템이 추진하는 폴란드에 대한 K-2 수출의 계약조건이 예상보다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폴란드 측이 한국의 정국 불안정 등을 이유로 불리한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 기반이 무너진 유럽연합(EU)이 초대형 방산 관련 펀드를 조성해 해외 기업의 참여도 허용하기로 하는 등 K방산이 도약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며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정부의 ‘큰 그림’이 필수인 석유화학과 철강 분야에서도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정책 공백으로 산업 재편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국 저가 제품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은 범용제품 생산 공장의 합병 유도, 석화 분야 금융 및 세제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대통령실의 공백으로 관계부처 간 협의는 물론 법안 통과도 사실상 멈췄다.

철강업계가 정부에 요구한 저가 중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 및 제재도 지연될 예정이다. 중국과의 외교적 문제가 얽혀 있는 이슈여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관련 논의가 ‘올스톱’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