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정치 불확실성, 국가 신뢰도에 위험"

한국 신용등급 강등 우려

최상목, 3대 국제신평사에 서한
'대외신인도 사수'에 총력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국가신용등급이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무디스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명의의 서한을 발송하는 등 국제 신용평가사와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와 이로 인한 탄핵 정국 등 국내 정치·사회 혼란이 대외 신인도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다.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정부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환율과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피치는 이날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0%로 낮추면서 “계엄 선포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은 국가 신뢰도에 잠재적인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도 지난 6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정치적 긴장이 고조돼 조업 중단 등 경제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내수와 경제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현재 한국의 신용등급을 조정한 국제 신용평가사는 없다.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AA-, 안정적’으로, S&P는 ‘AA, 안정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2015년 12월 Aa3에서 Aa2로 높인 뒤 이를 10년째 유지하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을 받는다. 국내 주요 기업의 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일반적으로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1~2년에 한 번씩 국가신용평가 등급을 발표한다. 피치와 S&P가 각각 올해 3월과 4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발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가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후 벌어지고 있는 여야 대치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는 “정치와 사회적 혼란이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여야 정치권이 최대한 빨리 탄핵 정국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