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에…두산밥캣 분할합병 '먹구름'

'키맨' 국민연금 사실상 기권
현재 주가 낮아 기권 가능성↑
매수청구價보다 높아야 '찬성'

두산에너빌리티 10일 주가
2만890원 밑돌면 합병 무산
▶마켓인사이트 12월 9일 오후 2시 9분

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사업 재편안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뒤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자 원자력 관련 주가가 폭락한 데 따른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85%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마저 9일 재편안에 ‘사실상 기권’하기로 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오는 12일 개최할 예정이던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주주총회를 열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두산이 사업 재편을 접은 것은 주가 하락 영향이 크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매수 예정가격은 주당 2만890원인데 9일 종가는 1만7380원으로 주식매수 예정가보다 16.8% 낮다. 10일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지 않으면 주총을 접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은 12일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주총이 열리면 기권을 선언하고, 일부 지분에 대해 주식매수를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 회사 주주가 주식매수 예정가액으로 보유 주식의 매수 청구를 할 수 있는 권리다. 주총 표결 때 기권이나 반대를 표시해야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두산이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지분율은 30.39%에 불과해 다른 주주들의 압도적인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연금과 소액 주주가 행사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이 전체 지분의 4.5% 이상이 되면 매수 대금 상한인 6000억원을 넘어선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추가 이사회를 통해 주식 매수 상한선을 높일 수 있지만 여력이 크진 않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으로 두산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 재편이 큰 타격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는 원전 사업 확대 기대로 지난달 19일 2만2800원까지 올랐다. 지난 3일만 해도 2만1150원으로 주식매수 예정가를 웃돌았다. 그러나 비상계엄을 선언한 다음 날인 4일 1만9000원으로 하락한 데 이어 9일 1만7380원까지 떨어졌다.

김형규/류병화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