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구원투수 "2나노 공정에선 안 밀릴 것"

한진만 사장의 첫 특명

"3나노는 TSMC에 내줬지만
성능·수율 높여 2나노서 반격

수익은 10나노 이상 공정서 확보
고객사 늘려 中과 격차 벌릴 것"

파운드리 임원 대폭 물갈이
조직 문화 혁신 의지도 밝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명가’ 재건을 위해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수준의 최첨단 공정 기술 강화와 10㎚ 이상 성숙 공정 고객사 확대라는 투 트랙 전략을 쓰기로 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동시에 당장 돈벌이가 되는 성숙 공정 고객을 대폭 늘려 중국 SMIC의 추격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미다.

2㎚ 공정 생산량 증대에 총력

지난달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사령탑으로 선임된 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은 9일 임직원에게 보낸 첫 메시지에서 사업 재건을 위한 승부수로 “2나노 공정의 빠른 ‘램프업’(ramp up·생산량 확대)”을 꼽았다. 한 사장은 “삼성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전환을 누구보다 빨리 시행했지만 사업화에선 부족함이 너무나 많다”며 “기회의 창이 닫혀 다음 노드에서 또다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2022년 6월 GAA 공정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3㎚ 양산에 성공했지만 저조한 수율 때문에 TSMC에 주도권을 뺏긴 걸 언급한 것이다. TSMC는 높은 수율을 앞세워 3㎚를 포함한 최첨단 공정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다. 엔비디아,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가 TSMC의 고객 리스트에 올라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 2분기 62.3%이던 점유율(트렌드포스 기준)을 3분기에 64.9%로 끌어올렸다. TSMC는 내년부터 2㎚ 공정 제품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 사장은 “2㎚ 공정에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공정 수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PPA를 끌어올릴 수 있는 모든 조건을 샅샅이 찾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PPA는 공정을 평가하는 세 가지 지표인 소비전력(power), 성능(performance), 면적(area)을 뜻한다. TSMC에 일방적으로 밀린 3㎚ 공정과 달리 2㎚에선 칩 성능과 생산 수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의미다.

성숙 공정 강화해 中 추격 막는다

한 사장은 파운드리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10㎚ 이상 성숙 공정 고객사 확대를 내걸었다. TSMC가 장악하고 있는 3~5㎚ 안팎의 첨단공정에서 고객 확보전을 벌이기보다 TSMC가 주목하지 않는 성숙 공정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게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성숙 공정 시장은 삼성과 SMIC 등 중국 기업 간 경쟁 구도로 판이 짜여 있다. 삼성과 SMIC의 점유율 격차는 2분기 5.8%포인트에서 3분기 3.3%포인트로 좁혀졌다. 한 사장은 “성숙 공정 시장에서 추가 고객 확보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군이 많은 성숙 공정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첨단공정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원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성숙 공정 고객 확대는 분기마다 1조원 넘게 적자를 내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은 이를 위해 최근 파운드리 조직을 개편했다. 영업 및 사업 전략은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미주 총괄 출신인 한 사장에게 일임하고, 기술은 DS부문 글로벌제조와 인프라총괄제조, 기술담당을 책임지던 남석우 사장(파운드리 부문 최고기술책임자)에게 맡기는 등 수뇌부를 대거 교체했다. 여기에 디자인플랫폼개발실, 코포레이트플래닝실 등 주요 실장급 임원도 여럿 물갈이했다.한 사장은 조직문화 혁신 의지도 밝혔다. 한 사장은 “경쟁사보다 기술력이 뒤처진 걸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언젠가는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부 리더는 임직원들이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신경 써달라”고 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