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현직 대통령 출국금지…검·경, 尹소환조사 정조준

'내란 혐의' 尹대통령 출국금지

현직 대통령으론 사상 처음
검·경·공수처 본격 '수사 경쟁'
사진=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된 윤석열 대통령이 출국금지 조치됐다. 헌정사상 현직 대통령에게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사기관의 ‘수사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윤 대통령 소환조사 및 강제수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신청한 윤 대통령의 출국금지 조치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 구속 여부를 묻는 질의에 “적극 수사하고 신병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오 처장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도 “(출국금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과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을 불러 조사했다. 같은 시간 사태 중심에 있던 방첩사령부를 압수수색했고, 10일에는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혐의를 받는 여인형 전 사령관을 소환조사한다.

경찰 특별수사단도 ‘강제수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특수단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및 국방부 주요 참고인 조사를 마쳤고,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도 출국금지 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수처 "수사원칙따라 尹출금"…檢·경찰과 경쟁서 우위 확보 의도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내란죄 피의자로 전환된 데 이어 9일 출국금지 조치됐다. 현직 대통령이 출국금지당한 헌정사상 첫 사례다. 윤 대통령 등을 내란죄로 입건한 검찰과 경찰 특별수사팀은 연루자를 소환하고 군을 압수수색하는 등 저마다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 공수처 尹 출금, 검경은 수사 속도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날 “비상계엄 사건 관련 윤 대통령의 출국금지를 신청했고, 주무 부서인 법무부에서 ‘승인했다’고 회신받았다”고 밝혔다. 출국금지는 주로 수사기관이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요청할 수 있다. 법무부는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신청을 승인한다.

현직 대통령이라는 특수 신분상 윤 대통령이 수사를 피하기 위해 출국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공수처가 윤 대통령 출금을 신청한 이유는 수사 원칙에 따르는 동시에 검경과의 수사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공수처는 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 4일 조직 인력의 사실상 전부인 50명을 투입해 비상계엄 수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앞서 수사단을 꾸린 검경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 비상계엄특별수사본부는 전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 체포한 데 이어 이날 오전부터 국군방첩사령부에 수사관 50여 명을 보내 고강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방첩사는 비상계엄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권 주요 인사 체포를 시도하고 비상계엄 사전 모의, 계엄 포고령 작성 등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여인형 전 사령관 등 방첩사 간부의 집무실과 공관은 물론이고 전국에 산재한 방첩사 사무실을 대대적으로 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8일 오후 6시께부터 9일 오전 2시까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과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당시 누구에게서 어떤 지시와 명령을 받았는지, 포고령 배포와 계엄군 투입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조사했고, 검찰은 계엄사 부사령관이던 정진팔 합동참모본부 차장, 국회로 출동한 이상현 1공수여단장, 김창학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 등도 전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혐의자인 여 전 사령관은 10일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여 전 사령관은 앞서 “사태 이전 군 지휘관 회의 등에서 시국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계엄을 실행할 줄은 몰랐고 사전 공모한 바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야 주요 정치인을 대상으로 체포조를 가동하는 등 사전 공모 혐의가 짙다는 게 수사당국의 판단이다. 검찰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 국수본 “경찰 수뇌부 수사도 검토”

윤 대통령 등 11명을 피의자로 입건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특별수사단은 이날 “경찰이 내란죄 수사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종수 국수본 비상계엄특별수사단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어 “성역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며 윤 대통령 직접 수사도 가능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전날 김 전 장관 자택과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특수단은 압수물인 노트북, PC, 휴대전화 등 18점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계엄 사태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방부 등의 주요 참고인을 불러 조사하고 선거관리위원회 및 국회 내부 CCTV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특수단은 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가 내란죄로 입건된 만큼 ‘셀프 수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경찰청장은 구체적 수사에 대한 지휘 권한이 없고, 독립된 국수본부장 중심으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입건된 경찰 수뇌부의 출국금지 조치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조 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직접 수사 가능성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수본은 두 청장의 휴대폰을 받아 포렌식하고 있다. 이들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함께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경진/조철오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