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증시 '블랙먼데이'…경제 삼키는 탄핵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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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리스크 장기화 조짐에 금융시장 휘청윤석열 대통령의 첫 번째 탄핵소추안이 폐기된 이후 첫 거래일부터 주가와 원화 가치가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20원 가까이 뛰었고, 코스닥지수는 5% 넘게 하락했다.
환율 17원 뛰어 1437원…2022년 10월말 이후 최고
개미 투매 행렬…코스피 2.8%·코스닥 5.2% 폭락
피치 "정치 불확실성 커지면 경제 하방위험 초래"
탄핵 정국 장기화 우려로 한국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 이탈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고(高)환율이 지속돼 물가 상승과 내수 침체 가속화를 유발할 것이라는 경고음도 나온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 거래일보다 17원80전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한 1437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이 불안하던 2022년 10월 24일 달러당 1439원70전을 기록한 후 750일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계엄 선포 전인 지난 3일 주간 거래 종가(1402원90전)보다 4거래일 만에 34원10전 뛰었다.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달러선물 순매수세가 유입돼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정치 불안이 원화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78% 떨어진 2360.58에 마감했고, 코스닥지수는 5.19% 폭락한 627.01까지 밀렸다. 코스닥지수가 63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20년 4월 코로나19 이후 4년7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합계 시가총액은 3일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4거래일 동안 약 2046조원에서 1933조원으로 110조원 넘게 증발했다. 개인 투자자는 이날 1조1920억원어치를 팔아치워 증시 하락세를 주도했다.해외 기관도 정치 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우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이날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0%로 낮추며 “정치적 불확실성은 국가 신뢰도에 잠재적인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도 같은 날 “계엄 사태 이후 성장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김광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는 “정치적 대치 관계가 장기간 지속되면 외환·주식시장 타격을 넘어 정책 공백, 실물경기 침체 등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박한신/박상용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