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방크 "내년 달러 대비 신흥국 통화 약세…韓이 제일 취약"

독일 최대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의 위기설은 투자자들의 은행에 대한 불신을 잘 보여주는 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투자은행 도이치방크가 내년에 미국 달러화 대비 아시아 신흥시장 통화의 약세를 전망했다. 특히 한국 원화가 가장 취약한 통화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봤다.

9일(현지시간) 외환금융 전문 매체 FX스트리트에 따르면 도이치방크는 최근 "내년에 EMFX(신흥시장 외환) 가치에 대해 미국 달러화 대비 상당한 변동성을 동반하는 등 부정적인 방향성을 보일 것으로 예측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특히 아시아 통화에 대해 약세를 전망했다.일부 통화는 상대적으로 높은 캐리 허들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특정 신흥시장 통화의 경우 투자자들이 캐리 트레이드(투자자가 금리가 낮은 통화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통화에 투자해 그 금리 차이로 이익을 얻는 투자 전략)를 통해 수익을 내기 위해 감수해야 할 위험이 크다고 봤다. 아시아 시장의 환율 변동성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 금리 차이로 얻는 수익이 리스크를 상쇄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도이치방크는 "우리의 예측은 미국 정책 리스크에 대한 통화의 민감성을 반영한다"고 했다. 통화 가치 예측에 내년 미국 정책의 윤곽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했다는 의미다. 이어 "중동 및 동유럽 지역의 통화, 태국 바트화, 중국 위안화, 한국 원화(KRW)가 가장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해당 통화는 도이치방크의 취약성 점수표에서 상단에 위치하고 있다고도 했다.

다만 신흥국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아시아 신흥국 통화는 대체로 약세를 예상한 반면 라틴아메리카 및 중동-유럽(CEEMEA) 지역에서는 보다 혼합된 상황을 예측하면서다. 도이치방크는 "튀르키예 리라화에 대해선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이어 "극단적이지만 여전히 현실적인 리스크 상황에서는 무역, 미국의 재정 적자, 국제 안보, 미국 내 경제 발전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신흥시장 외환의 변동성이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