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기 하야든 탄핵 표결이든 이번만큼은 여당 책임감 보여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로드맵 초안이 나왔다. 여당 정국 안정화 태스크포스(TF)는 ‘2월 하야, 4월 대선’과 ‘3월 하야, 5월 대선’이라는 두 가지 방안을 한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하야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한국 정치사의 오점이 되풀이되는 걸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나 불확실성도 줄일 수 있다. 자진 사퇴한다고 해서 내란과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이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관건은 국민과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느냐다. 2월에 하야할 거면 왜 지금 당장 못 하느냐는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대통령 직무부터 시급히 정지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거센 만큼 2~3개월 뒤 퇴진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터져 나올 것이다. 당내 이견을 넘어서는 것도 과제다. 조기 하야보다 차라리 탄핵을 통해 헌재에서 법리적으로 다퉈 보는 것이 낫다는 게 친윤계 의원들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한 대표의 오락가락 행보도 그렇지만 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여당으로서 국민을 안심시키고 국정을 안정시키는 데 힘을 쏟기는커녕 지리멸렬의 내부 분열상만 보여주고 있다.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도 친윤계와 친한계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니 말문이 막힌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탄핵·하야를 정치적 계산으로만 접근하는 것도 문제인데 그 와중에 주도권 다툼까지 벌인다면 당은 물론 건강한 보수가 설 자리조차 잃게 된다.

국민의힘은 14일로 예정된 2차 탄핵소추안 표결 이전에 입장을 분명히 정해야 한다. 조기 하야로 결론을 내린다면 윤 대통령의 분명한 답을 갖고 국민과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 그게 안 된다면 이번 표결에는 당당히 참여하는 것이 맞다. 1차 표결 때처럼 집단 퇴장하는 방식은 비겁하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어느 쪽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인지 이미 각자의 답이 나와 있을 것이다. 이번만큼은 책임 있는 여당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