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전사령관 "尹과 계엄 당일 두 번 통화…지시 이행 안해 유혈사태 막았다"

軍 주요 직위자 수십여명 국방위 출석…사전 준비 정황 드러나

곽종근, 野 의원들 질의에 실토
"본회의장에 국회의원 150명
모이면 안된다고 국방장관이 지시"

방첩사, 계엄 이틀 전부터 대기

방첩사 수사단장 "여인형 사령관
수방사 벙커에 정치인 구금 지시"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대통령 지시를 따랐다면 유혈 사태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10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곽 전 사령관은 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 국회의원이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다’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선 계엄 선포 며칠 전부터 준비가 이뤄진 정황,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계엄 당일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직접 지시를 내렸다는 증언 등이 공개돼 계엄 사태 전말의 윤곽이 드러났다.

○“방첩사령관, 정치인 체포 지시”

이날 국회 국방위 현안 질의에 참석한 곽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번째 통화 이후 또 전화를 받은 게 맞냐’는 박범계 민주당 의원 질의에 머뭇대다가 “그 사실은 말씀드리기 제한된다”고 말했다. 이후 박 의원의 추가 질의에 “네”라고 답했다. 다만 ‘두 번째 전화 내용이 뭔가’라는 질문엔 “말씀드리기 제한된다”며 답변을 피했다.
정성우 국군방첩사령부 1처장이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박 의원은 이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곽 전 사령관, 김현태 제707특수임무단장과 대화를 나눴고, 곽 전 사령관이 양심 고백을 했다”고 밝혔다. 곽 전 사령관이 두 번째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내린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유혈 사태가 방지될 수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곽 전 사령관은 이 같은 내용을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곽 전 사령관은 이날 현안 질의에서 ‘국회의원 150명이 넘으면 안 된다는 지시가 있었냐’는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김 전 장관의 지시가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제가 (특전사) 전투통제실에서 비화폰(보안 처리된 전화)을 받으면서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인원(국회의원)이 100∼150명 넘으면 안 된다는 그런 내용이 위(국방부 장관)로부터 지시가 내려온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상현 특수전사령부 제1공수여단장이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국회의원 등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여 전 사령관에게 받았다는 증언도 방첩사에서 나왔다.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은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내린 게 누구냐’는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 질의에 “여 전 사령관에게 직접 받았다”며 “경기 과천의 B1 벙커 안에 구금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것과 직접 벙커를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계엄 발령 후 윤 대통령에게서 방첩사를 도와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고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관련 명단을 공유받았다고 폭로했다. 정치인 체포 지시가 윤 대통령으로부터 김 전 장관, 여 전 사령관으로 하달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는 평가다.

○방첩사, 계엄 이틀 전부터 준비

이번 사태가 계엄 이틀 전부터 준비됐던 정황도 포착됐다. 이경민 방첩사 참모장은 ‘12월 1일 여 전 사령관이 북한 도발 임박을 빌미로 대령급 실장들에게 통신상으로 지시 대기를 내렸냐’는 안규백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참모장은 여 전 사령관의 직무 정지로 방첩사령관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그는 “3일 오전 제가 받은 지시는 ‘북한 오물·쓰레기 풍선 상황이 심각하다, 각 처·실장은 음주 자제하고 통신축선상 대기를 철저히 하도록 하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