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다시 상승할라…건설사들 '속앓이'

부동산 프리즘

환율 급등에 공사비 인상 우려
해외 수주에도 악영향 줄 듯
“예상하지 못한 탄핵 정국에 건설업계 불확실성이 커지고 환율마저 급등해 공사비가 더 오를까 걱정입니다.”(한 대형 건설사 임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고환율 추세가 계속되자 건설 원자재 가격이 더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건설업계는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자재비 상승으로 공사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11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1436원까지 올랐다. 지난 2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1400원대를 돌파한 뒤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4일 새벽 1442원까지 치솟았다.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지면 자재 가격도 올라 공사비가 더 뛸 수 있다.

건설 공사비는 그동안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였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0.32(2020년 1월=100 기준)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0.92% 상승했다. 공사비지수는 2021년 117.37, 2022년 125.33 등 매년 꾸준히 올랐다. 지난 9월엔 130.4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원자재값과 인건비 증가 등을 꼽았다.

환율에 큰 영향을 받는 건설 자재는 철근, 콘크리트, 모래, 유연탄 등이 있다. 대형 건설사는 철근을 비롯한 자재를 연간 단위로 계약해 미리 확보해 두기 때문에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고환율 추세가 장기화하면 원자재 가격은 언제든 다시 오를 수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자재비 상승은 공사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향후 사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공사 단가가 낮으면 적자 우려에 선별 수주 경향이 짙어질 것”이라고 말했다.해외 플랜트와 건설 프로젝트 수주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해외 공사도 원자재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수익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환율 이슈로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한 해외 수주 1조달러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건설사들은 비상 대응 회의를 열고 해외 사업장 상황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환율 추세가 지속되면 건설 원가뿐만 아니라 기름값, 전기료, 중장비 운영 비용도 오를 수 있다”며 “해외 시장에선 탄핵 정국으로 신인도가 하락하면 중장기적으로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