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국 혼란에 고용 한파까지, 경기 부양 서둘러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서 제조업 취업자가 1년 전보다 9만5000명 줄며 5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 취업자(-9만6000명)와 도소매 취업자(-8만9000명)도 각각 7개월과 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따른 정국 혼란이 발생하기 이전 지표인데도 고용시장 여건이 녹록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탄핵 정국’의 충격파까지 덮치면 우리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벌써부터 증시가 흔들리고 원화 가치가 추락하고 있는 데다 국가신용등급 하락 우려마저 나온다.

아직까지 수출이 버티고 있긴 하지만 보호주의를 앞세운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석유화학, 철강 등 굴뚝산업은 물론 반도체,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까지 전방위적으로 우리 기업을 위협하고 있고 ‘밀어내기 수출’로 세계시장에서 저가 출혈 경쟁 우려마저 키우고 있다.성장률 둔화 조짐도 뚜렷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0%로 낮췄다. 한국은행은 이미 내년 성장률을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1.9%로 예상했다. 그나마 이는 탄핵 정국 후폭풍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로, 추가로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677조4000억원 중 4조1000억원을 삭감한 673조3000억원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정부 예비비를 비롯해 국고채 이자 상환비, 전공의 지원비, 장병 인건비,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비 등이 뭉텅이로 깎였다. 가뜩이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 경기 대응이 어렵게 됐다. 소비심리를 되살리고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선 추가경정예산을 서둘러야 한다. 반도체특별법, 고준위방폐장법 등 민생경제 법안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여·야·정 3자 비상경제점검회의도 못할 이유가 없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동의한 만큼 조기 가동해 ‘경제만큼은 여·야·정이 따로 없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해외 투자자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대외 신인도 추락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