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 후…은행주 팔고 방산주 산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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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세제안 국회 통과 불발비상계엄 사태 이후 은행주를 투매한 외국인이 정책 수혜주로 꼽히는 방산주는 오히려 사들이고 있다. 정책 불확실성 우려에도 수주 잔액이 탄탄해 외국인이 저가 매수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조정 받은 방산주 '줍줍'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88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네이버(1974억원) SK하이닉스(1803억원)에 이어 외국인의 국내 증시 순매수 3위였다. 현대로템, 한화시스템, LIG넥스원은 같은 기간 각각 636억원, 147억원, 13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비상계엄 이후 외국인이 은행주를 투매한 것과 대비된다. 외국인은 4~11일 KB금융을 4350억원, 신한지주를 1662억원, 하나금융지주를 880억원어치 순매도했다.방산주와 은행주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자 나란히 급락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11일 11.96% 하락했고, 현대로템(-11.28%) LIG넥스원(-7.61%) 등도 약세였다. KB금융과 신한지주 역시 이 기간 각각 15.61%, 10.63% 급락했다.
밸류업 세제 인센티브 방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은행을 비롯한 밸류업 수혜주에 투자할 유인은 줄어들었다. 비상계엄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외환 운용 실적이 악화하는 점도 악재다.
방산주 역시 정책 영향을 받지만 수주 실적 자체는 견고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 3분기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 잔액은 29조9000억원, 한화시스템은 7조9236억원, 현대로템은 4조4755억원(방산 부문)에 달한다.방산주가 미국 대선 이후 한 차례 조정받은 점도 외국인이 저가 매수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10월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9.2배에 달했지만 전날 기준 12.8배까지 내려왔다. 미국 록히드마틴의 12개월 선행 PER이 최근 18.3배, 노스롭그루먼이 17.1배 수준임을 고려하면 국내 방산주의 저가 매력이 커졌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경쟁력의 근본적인 훼손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매력도는 오히려 높아졌다”며 “2017년 탄핵 국면에서도 한화디펜스는 핀란드 인도 등과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