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북적이던 명동·북촌 '썰렁'…계엄 후 관광객 반토막 났다

최악 치닫는 '내수 침체'

"한복 입은 외국인 찾을 수 없어"
고물가에 계엄 쇼크까지 겹악재

강북 외식업 폐업률 서울서 최고
가로수길 목 좋은 자리도 '임대'

비씨카드 결제액 작년 80% 수준
"정부가 퇴직금·주휴수당 지원을"
< 정적만 흐르는 명동 > 경기 침체와 대통령 탄핵 정국에 따른 불안감이 맞물려 연말 대목을 맞은 서울 주요 상권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평소 젊은 층과 관광객으로 붐비던 서울 명동 거리가 11일 한산한 모습이다. /김범준 기자
“지난주 ‘비상계엄 사태’가 터지고 나서 외국인 손님이 50% 이상 빠진 것 같아요.” 11일 오전 서울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에서 만난 한복 대여점 직원은 “원래 이 시간이면 거리가 형형색색 한복을 입은 외국인으로 가득 차야 하는데 지금은 텅 비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내수 경기가 최악의 침체에 빠져든 가운데 갑작스러운 계엄·탄핵 정국까지 겹치자 자영업자의 근심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연말 분위기에 들떠야 할 주요 상권에서 폐업하는 식당이 급증해 거리는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고물가에 따른 실질 소득 감소에 직면한 소비자 역시 지갑을 닫았다. 자영업자의 생존과 소비 진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에서 문 닫은 식당 2만 곳 육박

11일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서울 전체 외식업 폐업률은 4.2%로 2022년 2분기(2.7%) 대비 1.5%포인트 상승했다. 서울 지역의 올해 1~10월 외식업 폐업 건수는 1만9573건으로 사상 최대치이던 작년 연간 기록(1만7191건)을 이미 넘어섰다. 경기 부산 인천 대전 등 전국 11개 시·도에서도 올해 폐업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울에서는 지난 2분기 기준 강북구와 관악구의 외식업 폐업률이 각각 5.2%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강서구(5.1%), 은평구·금천구(4.9%), 송파구(4.8%) 순이었다. 중구는 폐업률이 2.8%로 가장 낮았다.

< 가로수길마저… > 2030세대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꼽히던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한 건물에 임차인을 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라현진 기자
외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상권 점주들은 최근 ‘계엄 쇼크’ 등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한때 2030세대 ‘핫플레이스’로 북적이던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는 블록마다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은 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목 좋은 자리’로 통하는 애플스토어 앞 상가도 텅 비었다. 한 음식점 주인은 “코로나19 때도 버텼는데 지금이 더 힘들다”며 “평소 같으면 연말을 맞아 찾아온 사람으로 거리가 들떠 있어야 하는데 정국이 뒤숭숭하니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고물가에 지갑 닫은 소비자

이처럼 자영업자가 어려움을 겪는 건 가계의 소비 지출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과 BC카드가 전국 가맹점 340만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들어 11월까지 외식업장 내 월별 카드 결제 건수와 결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80~90%에 머물렀다.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정부가 심각성을 인지하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서울 암사동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배달앱 수수료를 비롯해 재료비 등 오르지 않은 게 없는데 최저임금 등 인건비 부담마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아르바이트 직원을 다 내보내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백종원 같은 상권기획자 1000명 양성’ ‘노쇼 보증금제 도입’ 등 이전에 발표된 대책은 핵심을 비켜난 변죽만 울리는 정책들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경기 분당의 한 식당 주인은 “자영업발(發) 대량 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선 정부가 퇴직금이나 주휴수당을 지원하는 등 인건비 부담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형주/이선아 기자/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