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美직접투자 주춤…트럼프 "10억弗 투자땐 신속 인허가"

트럼프, 투자유치전 본격화

대미 FDI 투자금액 감소
제조업이 가장 많이 줄어
일자리 창출 공약 '속도'
환경보호청장에 리 젤딘 전 의원
석유·가스기업 수수료 폐지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국에 최소 10억달러를 투자하는 개인 혹은 기업에 신속한 사업 승인과 허가를 내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감소하고 있는 대미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을 다시 늘리기 위해서다. 미국 내 투자를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환경 승인 등 신속히 진행”

트럼프 당선인은 10일(현지시간) SNS에 “미국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모든 개인 또는 기업은 승인과 허가를 신속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는 환경 관련 승인도 포함된다”고 썼다. 이어 “(환경 승인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며 “준비하라, 모든 것이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CNBC는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유타주에 있는 석유 철도 노선 건설과 관련한 대법원 심리가 이날 열린 데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유타주 동부에 있는 유타분지철도는 유타주의 가장 큰 유전 지역을 미국 전역 철도망에 연결하기 위한 88마일(약 141㎞) 길이 철도다. 2021년 연방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았지만 환경법 위반 논란으로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콜로라도 이글 카운티와 5개 환경단체가 국가환경정책법(NEPA) 위반을 이유로 들었다. NEPA는 미국에서 1970년 제정된 환경법으로, 주요 규제 결정에 따른 환경 위험을 연방기관이 철저히 평가하도록 요구한다.또 트럼프 당선인은 환경보호청장에 자신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온 리 젤딘 전 하원의원을 내정했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젤딘 전 의원에 대해 “환경 평가와 관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정해 미국이 건전하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성장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젤딘 전 의원은 조 바이든 행정부 환경·기후 정책을 뒤집기 위해 파리기후협정 탈퇴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소하는 외국인직접투자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 내 투자를 강조하는 것은 최근 들어 대미 FDI 금액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신규 FDI 금액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22년 미국으로 유입된 신규 FDI 금액은 1775억달러(GDP의 0.7%)로, 2014~2021년 평균치인 2988억달러(GDP의 1.5%)보다 낮다.

제조업 분야가 신규 FDI 감소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제조업이 신규 FD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과 2015년 각각 52.7%, 66.1%였지만 2022년 31.1%로 줄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무역적자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계속 강조했기 때문에 투자 유치를 위한 규제 완화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바이든 행정부가 지구온난화 원인인 메탄을 배출하는 석유·가스기업에 사상 처음으로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IRA도 폐지하나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언급한 환경 규제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 IRA에 따르면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차량 가운데 핵심 광물과 배터리 부품 요건 등을 충족한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는 최대 7500달러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가스회사 ‘콘티넨털리소시스’ 창립자 해럴드 햄과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주지사가 이끄는 트럼프 당선인 에너지정책팀이 이를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의 감세 공약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면 전기차 세액공제를 폐지해 예산을 절약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공동수장으로 임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모든 (전기차) 공제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국민의 돈을 잘 써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