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끔 눈물을 흘린다"…추억의 '싸이월드' 내년 돌아온다

싸이월드 '나만의 공간, 우리만의 커뮤니티'로 재탄생
기존 데이터 복원 작업 중…내년 하반기 정식 출시
11일, 마이홈, 클럽, 미니미 등 주요 기능 공개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새롭게 단장한 싸이월드가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정식 출시 될 예정이다.

함영철 싸이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11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싸이월드 서비스를 다시 운영하는데 더 이상의 중단은 없다는 생각과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함 대표는 "이제 우리 팀이 아니라면 싸이월드 서비스를 다시 살릴 팀이 없다는 일종의 각오를 하고 있다"며 "싸이월드가 전설의 유니콘 같은 느낌이 들지만, 글로벌 소셜미디어 속에서도 싸이(월드)만의 감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다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싸이월드는 기존 브랜드 유산을 유지하면서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따뜻하고 감성적인 SNS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사용자의 개성과 감성을 담아낼 수 있는 ‘나만의 공간, 우리만의 커뮤니티’를 강조하고 과거 PC 기반으로 개발됐던 서비스를 모바일 앱과 웹으로 구현한다.

함 대표는 싸이월드의 브랜드 파워를 강조하며 "싸이월드가 올해 하반기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전에도 한 달에 100개 이상 기사가 나왔다"며 "누군가 소셜 서비스를 만든다면 유저 100만~200만명을 확보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쓰지만, 싸이월드는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발표중인 함영철 싸이커뮤니케이션즈 대표/사진=유지희 기자
싸이월드 복구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기술적인 부분은 △데이터 복원 △대규모 유저 대상 안정적 서비스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다.

싸이컴즈가 기존 법인으로부터 인수한 데이터는 3200만명의 회원과 210억건의 사진 데이터로 3페타바이트(PB) 규모인데 이는 초당 1000개씩 처리해도 7개월 이상 소요된다.

류지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싸이월드 서비스 운영 주체가 여러 번 변경돼 저장 방식이 모두 다르다"며 "여러 포맷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할지 초점을 맞춰 기획 단계에 있는데 모든 데이터를 확보하고 조사해 빠짐없이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류 CTO는 "싸이월드 서비스 개시 후 동시 접속자 100만명을 소화하는데 초기에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기술적 해킹 외에도 주변 지인들에 대한 데이터 해킹 시도가 있을 수 있어 이 부분을 충분히 보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술에는 한국보다 엄격한 유럽 일반정보보호 규정(GDPR) 수준의 개인정보보호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싸이월드는 재 론칭 당일 실명 인증 요청 950만건, 휴면해제 신청 건수는 300만건이었으며 한 주간 방문자 수는 390만명에 달했다.

현재 가상 기계로 이루어진 클러스터를 이용해 사진, 영상 등 자료에 대해 복원 작업 중이며 이 작업이 완료되면 복원 범위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정규현 CMO, 함영철 대표, 류지철 CPO, 박유진 CPO/사진=유지희 기자
싸이컴즈는 싸이월드 서비스 재개에 앞서 변화된 인간관계에도 주목했다. 대부분의 SNS가 공개적, 개방적인 성격이 강해 사용자가 모르는 타인의 게시물이나 광고 콘텐츠에 노출되고 있어 이에 대한 피로도가 높다는 것. 싸이월드 레트로 감성의 현대적 재해석을 기반으로 기억하고 추억하는 30~50대 사용자는 물론이고 싸이월드를 새롭게 경험하는 10~20대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서비스 방향 타깃 유저 그룹도 넓고 얕은 관계를 추구하는 행동 패턴이 주를 이루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보다는 '깊고 좁은 인간관계'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할 계획이다.

이번 간담회에서 공개된 주요 기능은 개인의 기록과 유의미한 교류를 중점으로 만들어진 ‘마이홈’, ‘클럽’이다. 최근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본캐(본래 캐릭터)', '부캐(부가 캐틱터)'에서 착안했다.

‘마이홈’은 앱 첫 화면이자 사용자의 개인 공간으로 사진, 글을 쉽게 작성 및 관리할 수 있고, ‘클럽’은 커뮤니티로 게시글이 아닌 채팅 중심으로 운영되는 방식이다.

‘마이홈’과 ‘클럽’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그룹 내 개인적 교류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싸이월드의 정체성이자 상징이었던 ‘미니미’는 기존 도트 디자인에서 3D 비주얼로 제작된다. ‘미니미’를 사용자 취향과 개성에 따라 꾸밀 수 있는 기능까지 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싸이컴즈는 싸이월드를 기반으로 게임 사업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발표했다. 싸이월드는 내년 하반기 정식 출시를 목표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비스 안착에 성공하면 글로벌 서비스로 확장할 예정이다.

함 대표는 "2022년도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스타트업 혹한기 속에 싸이월드 리부트를 맡은 것은 행운"이라며 "행운을 실제 서비스로, 실적으로 연결 짓기 위해 많은 분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싸이월드는 2000년대 초반을 이끈 대중문화 아이콘 중 하나다. 국민 SNS로 사용될 당시 가수 채연, 장근석, 구혜선 등 유명인들의 감성 글이 화제를 모았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