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내 책 처음이라면 이것 부터"…직접 추천한 작품은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스웨덴서 국내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
", 광주 이해하는 진입로 됐으면"

번역가 50명에 고마움 전해
"3부작 마무리 하는 소설 쓸 것
과 연결되는 작품도 계획"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출판사에서 열린 국내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독자라면 처음이 <소년이 온다>이면 좋겠어요. 이어서 이 책과 연결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면 좋겠고요."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은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한국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계엄군의 손에 목숨을 잃은 중학생 동호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한강의 대표 장편소설 중 하나다. 그는 "이 소설은 실제 일어난 사건을 다루는 만큼 더 조심스러웠다"며 "광주를 이해하는 데 어떤 진입로 같은 것이 돼 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출판사에서 열린 국내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비상계엄 사태로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 묻자 한강은 "여기(스웨덴) 도착한 뒤로 일이 너무 많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며 "어떤 말을 할 만큼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강은 지난 6일 국내외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에선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자신의 책을 번역해준 번역가들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한강은 "제 작품의 번역가 수는 50명 정도 되는데,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분도 있지만 모르는 분들이 훨씬 더 많다"면서도 "모든 문장마다, 문장 속에 함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출판사에서 열린 국내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한국에서 노벨문학상 배출이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국가적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번역된 작품이 있어야 심사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더 많이 번역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언어와 문학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한강은 "글을 쓰려면 최소한의 믿음이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언어가 연결될 것이란 믿음이 없다면 한 줄도 쓰지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꼭 사회적인 일을 다루지 않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개인적으로 보이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작은 최소한의 언어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쓰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각종 기념사업이 추진되는 데 대해선 다소 선을 그었다. 한강은 "저는 책 속에 모든 게 다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정말 중요한 건 책 속에 열심히 써놨으니, 그걸 읽는 게 가장 본질적인 것 같다. 그 외에 바라는 점은 없다"고 밝혔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출판사에서 열린 국내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강은 12일 현지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대담 행사를 끝으로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차기작은 2015년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작별>에 이은 3부작을 완성하는 소설이다. 한강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3부작이 있는데, 그 마지막으로 쓰기 시작했던 글이 결도 달라지고 분량도 길어져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가 됐다"며 "그래서 3부작을 마무리하는 소설을 이번 겨울까지 쓰려 했는데 늦춰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편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된다고 말씀드렸던 책도 다음에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한강은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열심히 신작을 쓸 테니까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