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에서 '트럭 핫도그'가 나온 이유 [서평]
입력
수정
美 뉴욕 레스토랑 경영자 윌 구이다라"뉴욕에 와서 길거리 핫도그도 못 먹어보고 떠난다니!"
11년만에 '세계 레스토랑 1위'로 키워
비결은 손님 개별 맞춤형 서비스
친절한 서비스로 충성 고객 만들어
모든 분야 사업에 적용 가능
미국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 '일레븐 매디슨 파크'의 주인 윌 구이다라(45)는 뉴욕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고 있던 여행객 테이블의 대화를 듣고 바로 뛰쳐나갔다. 근처 핫도그 트럭에서 2달러짜리 핫도그를 산 뒤 주방에 가져가 접시에 담아달라고 부탁했다. 고급 식기 위에 정성스럽게 소스와 핫도그를 올려 손님에게 갖다주자, 손님은 뉴욕 여행을 통틀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일레븐 매디슨 파크를 11년만에 세계적인 레스토랑으로 키워낸 구이다라는 저서 <놀라운 환대>에서 경영 노하우의 핵심이 '특별한 친절함'이라고 밝혔다. 이 레스토랑은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별 3개(식당 방문을 위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을 정도로 훌륭한 식당이라는 뜻)를 받고, 2017년 '세계 최고 레스토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을 직역하면 '말도 안되는 친절함'(Unreasonable Hospitality)이다. 구이다라는 음식의 맛을 신경쓰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이 'VIP로서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저자는 "'놀라운 환대'의 반대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하고 합리적인 환대"라며 "세계 최고가 되려면 평범한 수준을 뛰어넘는, 합리적이지 않을 만큼 높은 수준의 환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대는 식당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예약 전화를 받은 직원이 직접 "며칠 전에 통화했는데 실제로 만나 반갑다"고 웃으며 손님을 맞이한다. 지배인은 영업 시간 전 예약 명단에 적힌 손님 이름을 검색해 얼굴을 외우고, 혹시 특별한 날이라면 그에 맞는 인사를 건넨다. 테이블에 계산서를 가져다줄 땐 코냑 한 병을 같이 올려 놓으며 원하는 만큼 충분히 먹고 가라고 안내한다. 딱딱하고 격식을 차려야 하는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라, 손님에게 친구의 집에 초대를 받은 듯 따뜻하고 환영받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더 체계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드림위버'란 이름의 별도 직책까지 만들었다. 손님이 식사 중에 좋아하는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 계산서와 함께 그 영화의 DVD를 내밀었다. 결혼기념일을 맞은 커플이 근처 호텔에 묵고 있다고 하면 호텔 방 안에 샴페인 한 병과 손편지를 준비해뒀다. 휴가 비행기표가 취소돼 값비싼 저녁 식사로 위안을 받으러 온 손님을 위해선 해변 의자와 상큼한 칵테일 등을 마련했다. 다른 식당에서도, 심지어 다른 테이블에서도 경험하지 못하는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다.
그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느냐는 의문에 대해 구이다라는 '95대 5 법칙'을 내놓는다. 전체 예산의 95%는 마지막 한 푼까지 아껴쓰고, 나머지 5%를 과감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투자하라는 설명이다. 구이다라는 접시 가장자리를 닦는 종이 수건을 반으로 잘라 사용하거나, 요리사들이 쓰는 흰색 모자를 재활용 가능한 모자로 바꾸는 등 불필요한 지출을 줄였다. 아낀 비용으로 손님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에 투자했다. 이 방법은 2008년 금융위기도 무사히 버텨낼 수 있게 했다.
친절함은 모든 분야의 사업에서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부동산 중개인이라면 임신 중인 부부 고객에게 유아 보호용 플라스틱 콘센트 커버를 선물하면 된다. 자동차 영업사원은 갓 면허를 따고 첫차를 구매하러 온 고객에게 차량 긴급 서비스가 제공되는 멤버십을 무료로 제공해줌으로써 평생 충성 고객을 얻을 수 있다. 상대방을 조금만 더 신경쓰면 거래적이고 사무적으로 그칠 수 있는 관계가 인간적인 관계로 바뀐다는 설명이다. 사소한 친절함은 생각보다 기억에 오랫동안 남는다. 음식의 맛이나 제품보다 그것을 전달하고 설명하는 직원의 말투와 태도가 하루 전체의 기분을 좌우하기도 한다. 저자는 인공지능(AI)과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적인 영역의 가치가 올라갈 거라고 예견한다. AI는 빠른 답을 내려줄 수 있을진 몰라도, 감정 교류와 진정성 있는 서비스는 인간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