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후 첫 정부 경기진단…"경제심리 위축 등 하방위험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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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최근 경제동향 발표정부가 비상계엄 사태 후 내놓은 첫 경기 진단에서 가계와 기업의 경제심리가 위축돼 하방 위험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는 13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기업 경제심리 위축 등 하방 위험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이나 '탄핵정국'과 같은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진 않았지만, 최근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연말 소비와 투자 심리를 짓누를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기재부는 지난달 그린북에서 7개월 만에 '내수 회복 조짐'이란 표현을 삭제했다. 대신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는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 달에는 '완만한 경기 회복세'란 문구도 빼면서 부정적 전망이 짙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떻게 정리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 (경제 영향을 반영한) 지표는 시차를 두고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전에도 내수는 미약한 회복세를 보였다. 상품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를 보면 지난달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전년동월대비 1.7% 감소하며 마이너스 전환했다. 백화점 카드 승인액도 지난 10월 1.4% 증가에서 11월 5.5% 감소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 증가율도 54.4%에서 37.3%로 지속 둔화했다. 다만 신용카드 승인액(2.9%)과 할인점 매출액(1.8%)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 10월 공사 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과 설비투자도 각각 4.0%, 5.8% 역성장했다. 지난달 수출은 반도체, 선박 등 수요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1.4% 증가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기재부는 "글로벌 경제는 전반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하고 통상환경 변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며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컨트롤타워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민생 안정 지원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