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70년 성취 한꺼번에 무너진다"…'그날' 조태열이 던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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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서 '비상계엄 국무회의' 당시 상황 설명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국무회의에서 반대했다면서 당시 대통령에게 한 '반대 의견'의 내용을 밝혔다.
"자리 뜨는 게 가장 쉬운 선택이었다"
조 장관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무회의에서 계엄에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맞는가"라고 질의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그렇다"라고 답했다.조 장관은 "뭐라고 반대했나"라는 질의엔 "대한민국이 지난 70여년간 쌓아 올린 모든 성취를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심각한 문제이니 재고해달라는 말씀을 여러 차례 국무위원 동료들이 모인 자리에서 간곡히 요청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조 장관은 '계엄의 밤' 직전 국무회의가 소집됐던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는 "약 20시 50분에서 21시쯤 (대통령실) 집무실로 안내받았는데, 그곳에서는 국무위원 너덧분이 있으셨다"라며 "(윤 대통령은) 앉자마자 비상계엄을 선포하시겠다고 밝혔다"라고 회상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계엄령을 선포하기 두어시간 전인 오후 8~9시쯤 국무회의 심의를 위해 국무위원들을 대통령 집무실로 불러들였다. 당시 회의에 호출된 국무위원은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규홍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는 개의에 필요한 최소 정족수인 11명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국무회의는 계엄법 제2조에 따라 사전 심의를 거치기 위해 소집된 것으로 파악되지만, 계엄령은 국무위원의 찬반 투표로 의결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이 회의는 형식적 차원에서 소집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 장관은 자신이 집무실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이미 너덧명의 장관들이 도착해 있었고,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계엄령 이후 재외공관에 안내해야 할 내용 3~4줄이 적힌 종이를 전달받았다고 했다. 조 장관은 "20~30분 사이에 여러 국무위원이 도착을 했는데, 다 시시각각 다른 시간에 도착했기 때문에 거기서 회의를 열고 토론할 환경이 아니었다"라며 "임박해서 오신 몇 분의 장관님들은 의견을 개진할 기회도 없었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파악이 안 되셨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 윤 대통령이 계엄을 발표하러 출발하려 하자, 조 장관은 거듭 재고를 호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고 "이건(계엄) 나의 판단에서 하는 것"이라며 발표를 강행했다고 조 장관은 전했다.조 장관은 "혹자는 그 자리에서 뛰쳐나온 국무위원이 한 사람도 없다고 비판하신 것을 들었는데, 그 당시 박차고 뛰어나온 것은 가장 쉬운 선택이었다"라며 "저는 그것이 가장 비굴한 선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끝까지 만류하기 위해 그 자리에 남았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