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테마주 다시 '요동'…개미 몰린 이재명株 '폭등'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14일 가결되며 정치 테마주들도 다시 한번 요동칠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계엄 사태 이후 지지부진한 지수 흐름 속, 상한가 종목의 대다수를 주요 정치인 관련주가 차지할 정도로 투자자 관심은 높아졌다. 다만 수급이 말라붙은 국내 증시에서 추격 매수 난도는 높아지고 있어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株’ 오리엔트정공 492%↑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주는 계엄 사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492.4% 상승했다. 이중 9거래일은 상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개인이 22억원 순매수, 거래대금(매수·매도액 합산)의 92.3%를 차지하며 주가를 일으켰다. 동신건설, 에이텍, 이스타코, 일성건설 등 다른 관련주들의 계엄 이후 오름폭도 157.27%~239.94%에 달한다. 지난 11일 에이텍(-14.16%), 12일 동신건설(-7.75%) 등 일부 종목 주가가 꺾이기도 했지만, 13일 대부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차주부터 단기 하락 종목을 중심으로 다시 수급이 옮겨붙을 가능성도 커졌다.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관련주인 대상홀딩스(36.89%), 디티앤씨알오(30%), 태양금속(10.93%)도 계엄 이후(4일~13일)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 대표가 탄핵 반대 당론 언급(5일), 대통령 직무정지 및 탄핵 표결 촉구(12일) 등 입장이 자주 바뀌며 주가는 하루 단위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여당 대표인 한 대표가 탄핵 과정에서 복합 변수를 지닌 인물인 만큼, 이들 종목도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양당 대표뿐만 아니라 잠재적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정치인들 관련주도 투자자 관심을 받고 있다. 차후 개별 인물 움직임에 따라 이들 주가도 등락이 계속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오세훈 서울시장 관련주 진양화학(70.48%), 김동연 경기도지사 테마주인 PN풍년(49.26%) 등이 계엄 이후 하락과 상승을 반복하면서도 대체로 우상향하고 있다. 다만 ‘조국 테마주’ 화천기계(1.95%)는 지난 12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유죄 확정으로 4일~10일 사이 상승 폭(32.75%)을 모두 반납하며 대열에서 이탈하는 모습이다.

수급 ‘폭탄 돌리기’…예측 불가 주가

정치 테마주가 탄핵 정국에서 관심을 받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최근 국내 증시가 주춤하면서 유독 수급의 쏠림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계엄 사태 이후 지난 9일까지 코스피지수는 5.58%, 코스닥지수는 9.23% 떨어지는 등 크게 부진했다. 주도주가 탄력을 잃으며 지난 5일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지난달 15일 이후 다시 2000조원을 하회하기도 했다. 반면 정치 테마주들은 이 기간 개인들 순매수를 기반해 대부분 올해의 신고가를 경신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거래가 없거나 내다 팔았다.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의 학습 효과가 개인들 매매 행태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 관련 정치 테마주들은 탄핵소추안 발의부터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까지 주가가 2~3배 상승했다가 이내 폭락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국내 증시에 남은 개인 투자자들의 ‘한탕주의’ 성향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며 “이미 거래량이 말라붙은 상황에서 정치 테마주가 블랙홀처럼 수급을 빨아들일 것”이라고 짚었다.

최근 테마주들은 개별 정치인과의 연관성이 과거보다 더 취약하다는 점은 유념할 요소다. 대표적으로 동신건설은 본사가 이재명 대표 고향인 경상북도 안동에 있다는 이유로 그의 관련주가 됐다. 태양금속은 창업주가 한동훈 대표와 같은 청주 한씨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개인들이 상승 폭이 적은 종목으로 자금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경우도 늘고 있어 연결고리는 더 취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