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누가 집 사냐"…강남아파트도 '멘붕'

"매매 문의 전화조차 없어"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이달 서울 아파트 거래 105건뿐
종로구선 손바뀜 한건도 없어
“그래도 1주일에 한두 번은 전세 문의라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아예 전화조차 없어요.”(서울 마포구 A공인 대표)

정부의 대출 규제 영향으로 주택 거래가 감소하기 시작한 데다 비상계엄 사태까지 겹치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9월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 이후 ‘거래 가뭄’이 시작된 데 이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로 수요자 사이에서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국 혼란이 커지자 중개업소를 찾는 수요자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강남구 B공인 관계자는“그동안 매수 문의라도 종종 들어오는 편이었는데,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문의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송파구 C공인 관계자도 “대단지 아파트 위주로 10년 정도 중개했는데 최근처럼 매수 심리가 확 식은 경우는 손에 꼽는다”며 “매매는 문의 자체가 없고, 전세는 간혹 찾는 사람이 있지만 물건이 없어 중개를 못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집계된 서울 아파트 거래는 105건에 불과하다. 하루평균 10건 수준이다. 지난달 같은 기간 신고된 거래량이 200건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반토막 난 셈이다. 종로구에서는 이달 들어 아파트 손바뀜이 단 한 건도 없었다. 광진구에서는 열흘간 아파트 거래가 1건만 신고되는 데 그쳤다.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늘면서 매물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 9만340건을 기록했다. 아실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21년 12월 이후 최대치다. 매물은 여전히 8만9000건을 웃돌고 있다.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 매매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매매가격은 억눌려 있지만 정치적 이슈가 해소되면 전·월세 수요는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정락/김소현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