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도 구매부문 전진배치…원가절감 힘주는 철강사

동국씨엠, 연말 조직개편
오너家 장선익, 구매실장 겸임

현대제철도 전무급 본부 재편
포스코, 구매부문 강화 검토

"원자재 협상력으로 실적 개선"
국내 철강기업들이 구매 부문 강화에 일제히 나섰다. 조직개편을 통해 구매팀 위상을 강화하는가 하면 오너 일가를 구매 부문에 배치하기도 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철강제품 가격을 올리기 어려워지자 원료 구입비 절감에 힘을 쏟기로 한 것이다.

1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그룹의 동국씨엠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구매팀을 구매실로 승격했다. 그러면서 장세주 동국홀딩스 회장의 장남인 장선익 동국제강 구매실 전무에게 동국씨엠 구매실장을 겸직하도록 했다. 그룹 후계자인 장 전무가 회사 내 모든 철강제품 구매 부문을 총괄한다. 장 전무가 열연제품(동국제강)과 냉연제품(동국씨엠) 생산에 필요한 철스크랩, 슬래브, 열연강판 등 원재료 구매를 아우르며 비용을 직접 챙긴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그룹의 올해 인사와 조직개편을 보면 이 회사가 지금 가장 힘을 주는 부문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현대제철도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구매 부문을 대폭 강화했다. 현대제철은 그동안 각 철강제품 사업본부 산하에 부장급이 이끄는 구매팀을 별도로 뒀는데 이번에 하나로 통합해 전무급 구매본부로 재편했다. 구매본부의 첫 수장으로 호주 광산기업 사우스32와 BHP 출신 박태현 전무를 영입했다. 현대제철이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를 호주에서 수입하는 걸 감안한 인사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조직개편을 앞둔 포스코도 구매 부문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부사장급이 이끄는 구매투자본부를 두고 있는데 구매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철강업체들이 일제히 구매 부문 강화에 나선 건 철강산업 불황과 맞물려 있다. 중국이 저가 제품을 세계 시장에 쏟아내 철강제품 판매가격을 올리기 어려워진 데다 철강산업이 전통산업이어서 공정 혁신으로 생산 과정에서 비용을 낮출 여지가 크지 않아서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포스코의 매출원가율(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1.4%에서 올해 1~3분기 92.8%로 뛰었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91.8%→93.6%)과 동국제강(85.6%→89.2%)도 상승했다. 1~3분기 삼성전자의 매출원가율은 61.9%였다.구매 비용 감축 움직임은 점점 더 강해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한 철강회사 관계자는 “구매 협상력을 높이는 데 전사적 역량을 투입해 구매 비용을 낮춰야 간신히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