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시민이 만드는 것"…여의도 '탄핵촉구' 집회 현장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동 여의도에는 이른 시간부터 전국에서 모인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국회앞부터 동여의도의 여의도 공원 2차로까지 1km 가량 거리는 가족단위 시민들과 시민단체, 전국에서 올라온 노동조합 등으로 가득 찼다. 영하권의 추운 날씨에도 시민들은 패딩·장갑·목도리·마스크로 중무장을 하고 차가운 바닥 위에 자리를 잡았다.

여의대로 외에도 여의도대로 골목 사이사이에 대형 스크린이 배치돼. 곳곳 시민들로 들어차있었다. 탄핵 표결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장은 축제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집회 스크린에는 탄핵 표결 시간(오후 4시) 카운트가운 시계가 돌아가면서 촛불행동 주최 측이 준비한 프로그램이 계속 진행됐다. 사회자는 카메라와 함께 시민들 인터뷰 따며 현장 분위기 고조시켰다. 단상 인터뷰에 참가한 성신여대 학생 이모양(20)은 "오늘 시위를 처음 나왔는데 너무 신난다"며 "일상을 무너뜨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역사적 순간에 함께해서 뿌듯합니다"라고 소리쳤다.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를 인용한 구호도 새로만들어져 사회자가 '소원을 말해봐'를 외치면, 시민들이 '윤석열 탄핵' 을 외치는 식이었다.

재치있는 문구가 적힌 깃발들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얼죽코 연합회' 깃발 아래에는 패딩 대신 코트를 입은 시민들이 모였고, 얼죽아 연합회 깃발 아래에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는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꼬마전구를 둘둘 감아 나왔다는 직장인 김현정씨(28)는 "특정 팀이나 아이돌 팬이 아니라 응원봉 대신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쓸 예정이었던 소품을 가지고 나왔다"며 "구호도 너무 재미있고 정치권의 갈라치기로 분열된 세대들이 오늘 대통령 탄핵이라는 목표를 위해 한자리에 모여 뿌듯하다"고 했다.

시민들의 자발적 봉사와 참여로 이날 현장에는 먹기리와 방한용품 등 나눔의 손길도 이어졌다. 핫팩, 에너지바, 과일 등 음식을 나눴다. 집회 현장에서 약간 떨어진 KBS 후문 앞에는 푸드트럭 3개에서 떡볶이 음식을 분주히 만들고 있었다. 시민들의 '선결제'로 준비된 음식이라는 설명이다.

과일을 시민들께 나눠주는 '윤순자 귀한농부 대표는(60) "시민들이 선결제한 금액으로 오늘 감귤과 키위 50박스 가량을 제주도에서부터 배를 타고 시위현장으로 날랐다"며 "시민들이 맛있는 감귤을 먹고 민주주의는 누군가가 그냥 주는게 아니라는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희원/오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