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권한대행 긴급지시 "전군 경계태세 강화…치안질서 확립"

국무회의·NSC 잇따라 개최 … 안보·치안부터 챙겨

적극 권한행사보다 관리에 무게
韓 대행이 외교·안보·사회 집중
崔 부총리가 경제 분야 챙겨

韓 대행 '탄핵 리스크'는 변수
계엄사태 피의자로 수사 받는 중
양곡법 등 거부권 행사여부 관심
< 국회, 헌정사 세번째 탄핵소추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서가 대통령실에 전달된 14일 저녁부터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로 지위가 바뀌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대통령 하야와 암살, 탄핵소추안 의결 등으로 권한대행 체제가 된 것은 이번이 열 번째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정부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직후 전 부처 공직자를 대상으로 “국민이 불안해하거나 사회질서가 어지럽혀지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의 긴급 지시를 내렸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권한대행이 가장 먼저 챙긴 것은 국가 안보와 치안이다. 그는 국방부 장관 권한대행인 김선호 차관에게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에 추호의 틈도 발생하지 않도록 전군 경계태세를 강화하라”며 “모든 위기상황에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하라”고 했다. 김명수 합참의장에게는 “북한이 국내 상황을 안보 취약 시기로 판단해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오판해 무모한 도발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확고한 안보태세를 견지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공고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중국 일본 등 주요국과 긴밀한 소통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며 “재외 공관을 통해 우리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고, 국가 간 교류·교역에도 전혀 지장이 없을 것임을 적극 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행정안전부 장관 권한대행인 고기동 차관에게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틈타 범죄 행위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치안 질서를 확립할 것을 주문했다.

○경제는 최상목 부총리 중심으로

한 권한대행의 공식 일정은 이날 저녁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이 자리에서 각 부처의 주요 현안을 점검하고, 어려운 정치 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국정 운영에 매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계엄 사태로 빚어진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이후에는 안보 관련 최고 의결기구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다.

한 권한대행은 정부서울청사 총리 집무실에서 주로 업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 권한대행이 국정 전반을 이끌어가되 외교·안보·사회 부문에 집중하고, 경제 분야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경제팀이 챙기는 구조가 될 전망이다. 최 부총리는 15일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와 대외관계장관 간담회 및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를 잇달아 주재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대통령 권한대행의 업무 범위와 권한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그러나 임명직인 권한대행이 선출직 대통령의 고유 권한 즉 고위 공무원 임면이나 외국 정상과의 회담 등을 그대로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헌법학자 사이에서도 “권한대행의 역할은 최소한의 행정적 관리에 그쳐야 한다”는 해석이 많다.대통령실 경호처 인력이 총리실에 합류하고, 대통령이 타는 방탄 차량이 제공되는 등 경호·의전 수위는 격상된다. 국무조정실의 보좌를 기본으로 하지만 대통령실 비서진도 필요하면 한 권한대행에게 주요 현안을 보고할 전망이다.

○탄핵 리스크는 변수

한 권한대행의 ‘탄핵 리스크’가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권한대행 역시 계엄 사태 피의자로 수사를 받는 데다 야당이 언제든지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불안정한 지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들에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도 관심이다.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게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양곡법 개정안은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지난달 28일 다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박상용/강경민/김동현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