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명 중 2명 구조"…'제주항공' 크리스마스 전세기의 비극

전남 무안국제공항서 181명 탑승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승무원 2명 구조…"실종자 대부분 사망"
원인 조류 충돌로 인한 랜딩기어 불발 추정
정부 무안 특별재난지역 선포

시민사회 추모·연대 물결…탄핵집회 연기 검토
배구장·농구장서도 추모…경기 전 묵념·응원 자제
사진=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29일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 이탈 후 반파되는 사고가 났다. 현재까지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승무원 2명을 제외하면 탑승객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참사다. 정부는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전남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현장 수습과 함께 사고 원인 규명에 힘을 쏟고 있다. 안타까운 소식에 전국 곳곳에서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181명 탑승'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후 승무원 2명 구조…"실종자 대부분 사망"

사진=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분께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여객기는 활주로에서 이탈, 공항 외벽에 충돌했고 화재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기종은 B737-800으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다.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은 한국인 173명, 태국인인 것으로 잠정 분류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9시46분께 초기 진화를 마쳤고 기체 후미부터 구조 작업을 진행해 현재까지 승무원 2명을 구조했다. 오후 4시18분 기준 사망자 127명의 시신이 수습됐고, 22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구조자 외에는 실종자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현장에 임시 영안소를 설치했다.

항공기 기체는 충돌 후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불에 탄 상태다. 전남소방본부는 이날 무안공항 청사에서 탑승자 가족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열어 추가 사상자에 대해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참사 원인은 조류 충돌?…국토부 "랜딩기어 오작동 등 사고 원인 조사해야"

사진=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이번 참사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인한 랜딩기어 고장이 유력 요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날 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편은 오전 1시30분께 방콕에서 출발해 오전 8시30분께 무안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예정된 도착 시간에 무안공항 활주로에 착륙하지 못한 여객기는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착륙을 시도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난 여객기가 새와 충돌 후 엔진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보였다는 목격담과 생존자 진술 등이 나오면서 버드 스트라이크가 유력 사고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날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승무원 중 1명이 "조류 충돌로 추정된다. 한쪽 엔진에서 연기가 난 후 폭발했다"는 증언을 구조대에 남겼다. 또한 무안공항은 사고 여객기에 착륙 직전 버드 스트라이크 주의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국토교통부는 이날 사고 발생 후 정부세종청사 진행된 브리핑을 통해 오전 8시57분께 무안공항 관제탑은 사고기에 조류 활동(조류 충돌)을 경고했고, 이어 1분 후인 8시58분께 사고기 기장이 메이데이 신호를 보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처음 착륙을 시도하다 관제탑에서 조류 충돌 주의 경보를 주자 얼마 안 있다가 조종사가 메이데이를 선언했다"며 "그 당시 관제탑에서 활주로 반대 방향으로 착륙 허가를 줘 조종사가 수용하고, 다시 착륙하는 과정에서 활주로를 지나서 외벽에 충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토부는 "버드 스트라이크, 랜딩기어 오작동 등 여러 문제가 나오는데 조사를 명확히 해봐야 원인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일각에서 제기된 '무안공항 활주로가 짧은 탓에 충돌사고가 났을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선 "활주로 길이는 2800m로, 이전에도 유사한 크기의 항공기가 계속 운행해왔다"며 "활주로 길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사례들에 비춰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기까지는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최근의 국적 항공사 인명 사고인 2013년 7월 아시아나항공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2명 사망, 181명 부상)의 원인 조사 보고서가 나오기까지는 11개월이 걸린 바 있다.

크리스마스 여행 위한 전세기…피해자 광주·전남 주민 다수 가능성

사진=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사고가 난 여객기 탑승객 다수는 크리스마스를 낀 겨울 휴가철 여행객으로 추정된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방 중소 여행사들이 크리스마스 여행객을 모객해 해당 여객기를 임차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안에서 출발하는 전세기는 여행사들이 자체적으로 고객을 모집해 항공기를 임차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방콕까지 주 4회 운항하는 전세기는 대형 여행사가 주 2회, 지방 중소 여행사들이 주 2회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무안공항 이용객 대다수가 인근 광주와 전남 지역민이란 점을 고려하면 해당 지역 주민이 다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공항과 여수공항에는 국내선만 취항하고 있어 인근에서 국제선을 이용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 무안이기 때문이다. 전남 서부권은 물론 여수, 순천, 광양 등 동부권 주민들도 국제선 이용 시 무안공항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무안공항은 지난 8일부터 사고 여객기 노선인 방콕을 비롯해 일본 나가사키, 대만 타이베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등 운항도 시작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 사고 수습과 지원에 나섰다.

최상목 권한대행, 무안 특별재난지역 선포…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 주재

사진=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전남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고, 무안군청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2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 모두발언에서 "모든 관계기관이 협력해 구조와 피해 수습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이번 사고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점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라며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도 진심으로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애도의 물결…尹 탄핵집회 연기 검토·경기장선 묵념

사진=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연말을 앞두고 벌어진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전국 곳곳에서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모두 추모와 위로의 목소리를 냈다. 방송가에서는 이날 예정된 예능 프로그램 편성을 줄줄이 취소하고 연말 시상식도 방영하지 않기로 했다. 프로배구와 프로농구 경기장에서는 경기 전 묵념을 진행하고 육성 응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에 힘을 모으던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제히 애도 물결에 동참했다.

15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참사로 고인이 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당국의 대응과 수습 전 과정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에 대한 소통체계 마련, 공간 확보, 의료·심리 지원 등이 체계적이고 최우선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연말을 앞두고 계획한 대규모 윤석열 대토영 탄핵 촉구 집회도 재검토에 나섰다. 비상행동은 오는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 예정이던 대규모 탄핵 촉구 집회 '아듀 윤석열 송년콘서트'를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도 위로와 연대의 입장을 전했다. 이들은 "희생자 유가족과 부상자들이 참사 관련 정보를 충분히 접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날 열린 프로스포츠 경기는 모두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프로배구와 프로농구 경기장에서는 응원 목소리가 사라졌다. 사고 소식을 접한 경기장에선 시작 전 묵념을 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여기에 탑승객 가운데 10대 이하 아동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승객의 이름, 성별, 출생 연도, 국적, 좌석번호가 담긴 탑승자 명단을 공개했다. 탑승객 중 최고령 승객은 1946년생 남성으로, 최연소 승객은 2021년생 남아로 확인됐다.탑승객 정보를 본 누리꾼들은 슬픔과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 누리꾼은 "보자마자 눈물이 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적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