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티" "특별자치"…지자체 새해 화두는 '행정체계 개편'

17곳 통합·개편 논의부산 '글로벌허브 특별법' 사활
대구·경북 행정통합도 속도

대전·세종·충북·충남 광역연합
인구·지역경제 위기 공동 대응

인천, SOC투자해 국제행사 준비
인근 지역 광역시·도 통합과 특별자치시·도 특별법 제정 등 행정체계 개편이 2025년 17개 광역자치단체의 최대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저출생에 따른 인구 감소와 일자리 부족, 세수 축소를 광역자치단체 통합이나 특별자치시·도로 헤쳐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비수도권 소멸 위기에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 따르면 부산시는 2025년 2월까지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반드시 성사시킨다는 각오다. 2023년 1월 만들어진 이 법안은 21대 국회 종료로 자동 폐기됐고, 22대 국회 시작 시점에 재발의됐다. 외국인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문화 등 규제를 완화하고 부산을 글로벌 물류 도시로 만든다는 구상안이 담겼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국회와 협상해 2월 특별법이 통과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대구시와 경상북도는 행정통합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행정통합을 하면 특별법에 따른 규제 프리존, 획기적 권한 이양과 재정 특례 등을 기반으로 경제·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도민 삶의 질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청권 통합도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대전·세종·충북·충남의 충청광역연합(충청 메가시티)과 대전·충남 행정통합 등 두 가지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충청 메가시티는 수도권 일극화에 따른 인구 소멸, 지역 경제 활력 저하, 일자리 부족 등 비수도권 소멸 위기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교통 인프라, 산업경제, 사회문화, 국제교류 협력 등 4개 분야에서 20개 사무를 함께 추진한다는 게 골자다.

대전·충남 행정통합도 가시화되고 있다. 본래 한 뿌리였다가 1989년 분리된 대전과 충남을 다시 묶는 구상이다. 우수 과학기술 역량 및 인적 자본을 갖춘 대전과 제조업 기반 및 관광 자원이 풍부한 충남을 통합하는 시너지는 작지 않다. 대전시 관계자는 “차기 지방선거에서 통합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해 2026년 7월 출범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전라남도는 올해 전남특별자치도 설치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특별법에 담은 주요 특례는 저출생 대응 출산장려정책과 농촌활력촉진특구 지정, 신재생에너지 관련 인허가권 이양, 관광지 개발, 첨단과학기술단지 조성 등이다. 2025년 상반기까지 특별법을 통과시킨 뒤 2026년 출범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경기도 역시 2026년 7월 이전 출범을 목표로 단순한 ‘분도’가 아니라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경상남도는 올해 우주항공 복합도시 건설과 남해안권 발전에 주력하는 계획을 마련해 우주항공 복합도시 건설 특별법과 남해안권 발전 특별법에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강원도는 내년 도청이전신도시인 100만㎡ 규모의 강원도 행정복합타운(춘천)을 조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대규모 국제행사와 주요 사회간접자본(SOC)에 과감한 투자를 준비하는 지자체도 있다. 인천시는 잇따라 열릴 국제행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는 9월 15일 열릴 인천상륙작전 75주년 기념행사는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한 8개 참전국 정상 참석을 추진 중이다. 11월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앞서 7~10월 인천에서 APEC 고위관리회의와 5개 분야 장관회의도 열린다.충청남도는 올해 최대 역점 사업으로 베이밸리 메가시티 조성, 미래 모빌리티·바이오·인공지능(AI)·양자산업 육성 등을 꼽는다. 베이밸리 메가시티는 충남 북부와 경기 남부가 맞닿은 아산만을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조성하는 초광역 프로젝트로, 지역내총생산(GRDP) 규모를 세계 20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담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광역 통합이 단순히 짝짓기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통합은 각자도생이 아니라 지방 공생의 밑그림으로 30년 이상을 내다보고 준비해야 한다”며 “중앙정부의 과감한 권한 이양과 재정적 뒷받침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 종합/대전=임호범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