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버킨인줄"…10만원 월마트백 품절

작년 8월 출시 제품 뒤늦게 인기
SNS서 '버킨백 닮은꼴' 입소문
해외 주요 명품 브랜드 실적이 감소세로 돌아선 가운데 해외 유통사들이 ‘명품 유사 제품’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31일 외신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미국 최대 유통사 월마트는 지난 8월 ‘실험적인’ 상품을 내놨다.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의 버킨백과 꼭 닮은 백(사진)이었다. 물론 에르메스 로고는 없고 디자인과 소재가 세부적으론 달랐다. 매대에 쌓인 채 한동안 잘 팔리지 않았던 이 백이 최근 갑자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9000달러(약 1320만원) 넘는 버킨백과 비슷한 제품을 78달러(11만원)에 살 수 있다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월마트 온라인몰에선 재고가 없어 주문이 안 될 정도다. 이 백은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에선 ‘월마트 버킨백’ ‘워킨’(Wirkin) 등으로 불리고 있다. 패션 관련 인플루언서들이 잇달아 관련 사진과 영상을 SNS에 올려 인기는 더 치솟고 있다.

영국 유통업체 넥스트는 10월 ‘뉴트럴 라피아 위브 쇼퍼백’이란 이름의 가방을 19파운드(약 3만5000원)에 선보였다. 2240파운드(약 413만원)에 팔리는 보테가베네타의 토트백 디자인과 흡사한 제품이었다. 보테가베네타 토트백은 영국에선 구하기 힘들 만큼 인기가 있다. 외신들은 영국 소비자들이 보테가베네타 토트백의 대체재로 넥스트의 저가 쇼퍼백을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명품 디자인을 그대로 흉내 낸 제품 판매는 과거엔 주로 SNS 인플루언서들이 주도했다. 하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런 소비 행태가 빠르게 확산하자 제조직매형의류(SPA) 브랜드가 대형 유통사에 앞서 대응하기 시작했다.유니클로는 지방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인 클레어 켈러와 협업해 ‘UNIQLO:C’를 2023년 9월 처음 선보였다. 지방시 느낌이 물씬 나는 이 제품이 큰 인기를 끌자 유니클로는 지난 2월 봄 컬렉션, 9월 가을·겨울 컬렉션에도 관련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자라는 ‘명품 느낌’을 살린 제품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라의 제품을 ‘프라다 느낌의 신발’이나 ‘샤넬 느낌의 트위드’ 등으로 부르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