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AI·액티브…작년 ETF '트리플 A'가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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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ETF 시장 결산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순자산총액이 지난해 처음으로 17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미국, 인공지능(AI) 테마, 액티브형 상품이 수익률 상위권을 휩쓴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ETF를 중심으로 한 해외투자 붐이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익률 톱10 모두 美 주식형
액티브 ETF가 1~5위 차지
대부분 인공지능 테마 담아
올해도 AI 테마 강세 지속 전망
커버드콜 상품 인기도 이어질 듯
○서학개미 ETF 수익률 99%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935개 ETF 중 수익률 1~10위(레버리지 제외)는 모두 미국 주식형 ETF가 차지했다. 1위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서학개미’로 수익률 98.89%를 기록했다.이 상품은 한국예탁결제원의 국내 투자자 미국 주식 보관금액 상위 25개 종목을 편입한다. 구성 종목과 비중은 매달 조정된다.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등 대형 기술주뿐만 아니라 양자컴퓨터 업체 아이온큐, 암호화폐 투자 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소형모듈원전(SMR) 업체 뉴스케일파워도 담고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생성형AI액티브’가 수익률 91.21%로 2위를 차지했고,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90.06%) ‘TIMEFOLIO 미국나스닥100액티브’(84.08%)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84.02%) 등이 뒤를 이었다.1~5위 상품 모두 펀드 매니저가 종목 비중을 조절하는 액티브 ETF인 것이 특징이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커진 상황에서 액티브 ETF의 장점인 위기 대처 능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액티브 ETF 순자산은 2020년 2조원에서 4년 만에 59조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미국 주식형이 아닌 상품 중에서는 ‘RISE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가 수익률 68.84%로 돋보이는 성과를 냈다.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 등 2차전지 관련주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이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전기자동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후방 산업인 2차전지 시장에 직격탄이 됐고, 인버스 상품이 높은 수익률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AI 테마·커버드콜 인기 계속될 것”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말 ETF 시장 순자산총액은 173조원로 1년 전(121조원) 대비 43.0% 증가했다. 신규 상장은 174종목, 상장폐지는 51종목으로 전체 상장종목 수는 935종목으로 집계됐다.신규 상장 ETF 중 126개가 주식형 ETF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인 66개가 AI, 반도체 등 테마형 ETF로 나타났다. 커버드콜 등 배당형 ETF는 23종목, CD·KOFR 등 금리형 ETF도 6종목 상장되는 등 고정적 현금 흐름 ETF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ETF 업계에서는 올해도 미국을 중심으로 핵심 테마인 AI와 관련된 ETF가 시장을 이끌어 가는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상장된 ETF에는 1조달러(1470조원) 이상이 순유입돼 3년 전 기록한 역대 최대치를 넘어섰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미국으로 돈이 쏠리는 현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일정한 현금 흐름을 보장하는 커버드콜 등 인컴형 상품의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부문 대표도 “올해는 ETF를 통한 글로벌 투자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국내 자산에만 머물러 있는 투자자라면 신년 초 예상되는 변동성 장세를 이용해 ETF 분산 투자를 시작해 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