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서 재미 본 큰손들 "새해도 수십兆 더 베팅"

2025년 포트폴리오 보니…해외주식 비중 일제히 늘려

국민연금, 해외주식서 26% 수익
투자금 58조 늘리고 조직 확대
서버·스토리지 등 AI인프라 투자

사학·공무원연금, 해외주식 러시
투자비중 2.9%·1.6%P 씩 상향
'중위험 중수익' 대체투자도 늘려
국민연금공단 등 국내를 대표하는 투자 ‘큰손’들이 푸른 뱀의 해인 을사년(乙巳年)에 해외 투자를 더 공격적으로 확대한다. 인공지능(AI)산업 고속 성장에 맞춰 서버, 스토리지, 전력 설비 등 정보기술(IT) 인프라 부문 투자를 늘리고 금리 하락기를 맞아 크레딧(대출채권, 주식연계채권 등 저위험 상품), 메자닌(중위험 중수익 상품) 투자를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국내 증시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방향성을 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당분간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큰손들 해외 주식 더 산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사학연금공단, 공무원연금공단은 일제히 올해 해외 주식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3%에서 올해 35.9%로 2.9%포인트 높인다. 해외 주식에 약 58조원이 추가 집행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말에는 보유 해외 주식이 422조원어치에 달하게 된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도 올해 해외 주식 비중을 각각 2.9%포인트, 1.6%포인트 높인다.연기금들이 앞다퉈 해외 주식을 늘리는 것은 국내 주식보다 기대 수익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성과도 극명하게 갈렸다. 국민연금은 지난 10월까지 총 11.3%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해외 주식에서만 26.5%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에선 0.8% 손실을 봤다.

○AI 관련 인프라 투자도 늘린다

큰손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인프라 투자도 강화한다. 인프라 투자란 항만, 터미널, 가스 파이프라인, 통신 타워 등에 자금을 집행하는 것이다. 10~15년 만기 펀드로 투자하기 때문에 보수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연말 조직개편에서 인프라솔루션팀을 신설한 국민연금이 대표적이다. 인프라솔루션팀은 인프라 세컨더리 투자와 대출 집행에 집중하는 팀이다. 인프라 세컨더리 투자란 이미 투자한 인프라 물건의 지분이나 대출을 사들이는 방식을 말한다.

기관들이 인프라 투자 강화에 나서는 배경엔 폭발적인 AI 수요도 한몫하고 있다. AI 성장에 따라 데이터센터 등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오픈AI 투자를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리 하락에 비상…리스크 높인다

큰손들은 메자닌과 중순위·후순위 대출에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그동안 리스크가 낮은 선순위 대출을 선호했지만 올해는 목표 수익을 내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공제회들은 회원에게 보장하는 급여율이 정해져 있어 수익률 압박이 크다. 공제회 급여율은 연 5% 안팎으로 책정돼 있다.

박양래 과학기술인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공제회들이 중위험 중수익 대출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어렵지 않게 목표 수익을 맞출 수 있었지만 신년엔 비상한 각오로 투자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큰손들은 비교적 리스크가 큰 에쿼티 투자도 들여다보고 있다. 경영권을 사고파는 바이아웃 펀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500억원 규모 메자닌 출자 포문을 연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바이아웃 펀드에 2000억원 안팎의 출자를 검토하고 있다. 금리 하락이 이어지면 대출을 활용한 인수합병(M&A)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큰손들은 외환 리스크 관리도 그 어느 때보다 신경 쓰고 있다. 허장 행정공제회 CIO는 “환매가 없는 연금과 달리 공제회는 회원이 이탈할 수 있어 성과 변동성에 민감하다”며 “신년엔 환헤지 관리에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