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당 수십차례 DNA 대조…늦어지는 신원확인에 애타는 유족들
입력
수정
지면A8
무안공항 사고 3일째…희생자 179명 중 174명 확인179명이 희생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흘째에도 여전히 시신을 인도받지 못한 유가족의 기다림이 길어지고 있다. 탑승자 명단이 존재하고, 사고 공항 내부로 지역이 한정돼 있지만 큰 폭발의 여파로 희생자 신원 확인이 완료되지 않고 있어서다.
경찰 "신원 확인 장비 총동원
내주 월요일로 기한 단축할 것"
"부디 좋은 곳에 가시길 기도"
무안·광주 분향소에 조문행렬
○수습 과정 왜 늦춰지나
국토교통부는 31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브리핑에서 “희생자 179명 중 174명의 신원이 확인됐으며 5명에 대해선 아직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전남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수습당국은 지문 대조로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32명 중 1차 DNA 대조로 17명, 2차로 10명을 확인했다. 비교적 온전히 보존된 4명의 시신은 지난 30일 밤 유족에게 인도했다.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5명에 대해서도 수습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29일 사고에서 생존자는 객실 승무원 2명에 불과했고, 승객 175명 전원과 조종사 및 다른 객실 승무원 등 4명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당국은 시신은 공항 내 임시 영안소로 운구했다. 수습돼 즉시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5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174명에 대해선 신체 주요 부위에서 확보한 지문과 DNA를 일일이 대조해 주인이 누구인지를 찾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당국은 워낙 폭발이 커 희생자 한 명당 수십 차례의 DNA 대조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공지했다.사망자 유족이 시신을 인도받아 장례를 치르려면 수습 과정을 마친 뒤 ‘검시 필증’을 받아야 한다. 당국은 수습 초기 DNA 대조를 통한 신원 확인에 열흘가량 걸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가족의 애타는 기다림에도 신원 감식이 늦어지는 데 대해 나원오 전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족이라도 일촌이냐 삼촌이냐 등 관계에 따라 DNA를 확인하는 사정이 다르다”며 사과했다. 그러면서 “관련 장비를 총동원해 내주 월요일 정도로 기한을 단축해보겠다”고 했다.
○유가족 오열, 추모 속에 첫 장례 개시
이날 광주시 서구 한 장례식장에는 희생자 빈소가 처음으로 꾸려졌다. 일찍 시신이 인도된 다섯 명 중 한 명이다. 빈소 앞엔 고인을 추모하는 조화가 놓였고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빈소 안에선 유가족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유가족 뜻에 따라 전날 오후부터 광주시에 거주지를 둔 세 명의 희생자 시신이 무안국제공항에서 광주 지역 장례식장으로 이동됐다.무안군 현경면 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도 추모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강당 입구에 들어서기 전 흰 장갑을 받고 자원봉사자의 안내에 따라 차례로 희생자 179명의 이름과 위패가 놓인 헌화대 앞에 섰다.이웃을 떠나보낸 전남·광주 지역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진석호 씨(40)는 “광주·전남을 돌며 납품일을 하는데 때마침 오늘 무안에 들리게 돼 분향소를 찾았다”며 “부디 좋은 곳에 가시길 바라며 기도했다”고 말했다.
전라남도는 무안국제공항에 합동분향소를 추가 운영하기로 했다. 사고 장소에 사진과 위패를 안치해달라는 유가족 의견을 받아들였다. 분향소는 공항 1층 2번 게이트 정면에 마련됐다.
무안=임동률 기자/김대훈/유오상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