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법재판관 임명 일단락…여야, 국정 안정에 총력 기울여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국무회의를 열고 이른바 쌍특검법(김건희여사특검법·내란일반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권한대행은 ‘현상 유지’의 범위 안에서만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하지만 위헌적 요소가 많거나 국가에 해를 끼칠 법률을 무조건 통과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 권한대행의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는 불가피했다. ‘대행의 대행’으로서 부담이 컸겠지만 올바른 결정을 내려 다행스럽다.

최 권한대행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한 만큼 민주당도 더 이상 고집부릴 일이 아니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논의해 위헌적 요소를 걷어내면 된다. 무엇보다 특검 추천권을 야당이 독점한다는 것은 다수당의 횡포다. 행정부 권한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에 명백히 어긋난다. 수사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사실상 무한정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김건희여사특검법은 주가 조작, 명품백 수수 외에 명태균 선거 개입 의혹 등 수사 대상이 15건에 달한다. 내란특검법도 12·3 비상계엄 관련 의혹 14건이 수사 대상이다. 여기에다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건을 얼마든지 추가로 다룰 수 있다. 야당이 주도하는 특검발(發) ‘제2의 적폐청산’ 광풍이 우려되는 대목이다.최 권한대행은 이날 헌법재판소 재판관도 두 명 임명했다. 민주당이 추천한 정계선 후보와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후보다. 다만 야당 몫의 마은혁 후보 임명은 보류해 여야 합의로 넘겼다. 한 총리가 여야가 합의하지 않는 한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해 탄핵을 당한 마당에 최 권한대행으로서는 이를 뒤집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헌재를 비정상적인 6인 체제로 계속 놔둘 수 없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공을 넘겨 받은 여야가 남은 한 명의 재판관 임명 문제도 조속히 합의해 최 권한대행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민주당은 나라를 나락으로 몰고 갈 생각이 아니라면 이번만큼은 탄핵으로 협박해서는 곤란하다. 재판관 임명 거부를 요구해 온 국민의힘 역시 압박을 멈춰야 한다. 자신들이 할 일을 사법부와 행정부에 다 떠넘기고 ‘네 탓’만 해서는 안 된다. 새해에는 제발 집 나간 정치가 국민 곁으로 돌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