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네트워크 로펌들, 1000억대 매출 돌파…업계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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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실적 YK 1547억·대륜 1127억
"기업 사건 개척, 매출 증가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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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YK의 2024년 매출은 약 1547억원(국세청 부가가치세 신고액 기준)으로 집계됐다. 연초 목표치로 삼았던 1500억원을 달성한 것이다. 1년 전(약 787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YK는 법률사무소에서 법무법인으로 전환한 첫해인 2020년 249억원, 2021년 461억원, 2022년 533억원에 이어 5년 만에 1000억원대 실적을 내며 눈에 띄는 성장세를 이뤄냈다. 작년 말 기준 변호사 수는 366명으로, 국내 주요 로펌 중 김앤장법률사무소(1103명), 광장(597명), 세종(567명), 태평양(558명), 율촌(504명)에 이어 여섯 번째로 많다.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여온 개인 형사 사건 분야에서 꾸준한 성과를 냄과 동시에 기업 송무·자문 시장을 새롭게 개척한 것이 매출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YK는 주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 대리,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투자자들의 집단소송 대리,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결제대행업체(PG) 협회 법률 자문 등 굵직한 사건들을 여럿 수행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YK 관계자는 “이인석 대표변호사가 이끄는 공정거래그룹, 배인구·한만수 대표변호사가 합류한 가사상속가업승계센터 등이 차별화된 전문성을 발휘했다”며 “한만수 대표가 이끄는 조세그룹도 기업·개인 고객별 맞춤형 자문을 제공하며 성장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대륜 역시 세무 조사 대응,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상표법 위반 등 기업 사건을 다수 수임한 것이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대륜 관계자는 “기업 사건에 특화한 변호사들을 대거 영입해 조세행정그룹, 기업법무그룹, 지식재산권그룹, 의료제약그룹 등을 강화했고, 실제 사건 수임이 대폭 늘었다”고 설명했다.
YK와 대륜의 성장세는 오랜 기간 유지돼 오던 국내 로펌 생태계를 뒤바꿔놓고 있다. 2024년 매출을 기준으로 하면 YK는 김앤장(1조5000억원·추정치), 광장(4111억원), 태평양(3918억원), 율촌(3709억원), 세종(3698억원), 화우(2500억원)에 이어 7위, 대륜은 지평(1206억원)에 이은 9위다. 성장세가 다소 주춤했던 바른(1064억원), 대륙아주(936억원), 동인(780억원) 등의 순위가 뒤로 밀리면서 10대 로펌 순위가 새롭게 재편됐다.네트워크 로펌이란 전국에 수십 개 분사무소를 두고 거액의 광고비를 들여 대량의 사건을 수임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로펌을 뜻한다.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변호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최근 몇 년 새 로펌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새 집행부를 꾸려진 대한변호사협회,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에서 네트워크 로펌의 무분별한 규제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제재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